[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이재현 회장의 선고를 하루 앞둔 CJ그룹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일단 1심인 만큼 구형보다 최대한 낮은 형량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검찰은 앞서 이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지난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에게 예상 외의 집행유예가 잇달아 선고되며 일말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지만,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면서 재판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선고에서 재판부가 집행유예 사유로 피고인의 건강상태와 국가경제 기여도 등 기존 관행을 되풀이하면서 분명 분위기는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 회장 역시 신장이식 수술 이후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등 건강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다. 또 각론이 아닌 큰 틀에서의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도 감형 참작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재계 역시 사법부의 달라진 기류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재계를 압박, 충분히 얻어낼 것을 얻어낸 만큼 이제 재계와의 관계를 다시 모색하는 쪽으로 청와대가 기조를 틀었다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특히 경제살리기로 국정 방침을 정하면서 최근의 판결이 나온 만큼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에게도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질 것이란 희망도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13일 "최근 분위기가 좋아서 내심 기대도 있지만, 사안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결과가 같을 것이라 볼 수 없어 숨죽이고 있다"며 CJ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왼쪽부터)대법원 선고를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14일로 예정된 1심 선고를 앞둔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이재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 촉각을 기울이기는 SK도 마찬가지.
이 회장에게 예상 외의 높은 형량이 선고될 경우 SK 입장에서는 희망을 내려놓게 돼 긴장할 수밖에 없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이달 말쯤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 회장 사건이 김승연 회장의 경우처럼 파기환송될 경우 SK로서는 유·무죄를 다퉈볼 기회를 얻게 된다.
실형을 선고 받아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수감 기간은 벌써 1년째다. 최 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글로벌 사업 각종 전략투자 결정이 보류됐고, 경영방침 또한 성장보다는 안정으로 고쳐잡았다. 공백의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현상유지에 안간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