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재판 중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유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중국공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13일 서울고법에 제출한 사실조회 신청 답변서에서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공문서 3건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문서는 지난해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출입경기록조회결과' '유씨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화룡시 공안국이 심양 주재 대한민국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등 3건이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흥준)는 지난해 12월 23일 민변의 요청에 따라 중국 영사관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사실조회신청서를 보냈다.
또 중국 영사관은 답변서에서 "한국 검찰이 제출한 위조공문은 중국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게 되며 중국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서울고법에 위조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 기록은 합법적으로 발급된 서류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항소심 재판에서 유씨가 밀입북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받았다는 유씨의 중국출입국 기록과 이 문서를 발급해줬다는 중국 화룡시 공안국의 사실확인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검찰이 제출한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유씨는 2006년 5월27일 오전 11시16분쯤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다음달 10일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유씨 측은 "어머니 장례식을 위해 2006년 5월23일에 북한에 갔다가 같은달 27일에 중국으로 나왔고 그 후엔 북한에 가지 않았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즉시 항소를 취하하고 이 사건의 조작 및 증거 날조에 가담한 관련자를 신속히 수사해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유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검찰은 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증거를 부랴부랴 냈다"면서 "기소 당시에도 유씨에게 유리한 증거는 빼고 선별적으로 제출하는 등 전반적인 과정을 비춰볼때 검찰이 이에 대해 인지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유씨는 "수사기관이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를 은닉하고 위조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아직 특정되지 않은 수사기관의 관계자를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영사관에서 보낸 팩스가 법원에 도착한 것은 맞지만 아직 정식으로 증거조사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유씨의 변호인단이 주장해왔던 '검찰의 위조증거 제출'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과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증거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서 서울고등법원에 회신한 사실조회신청에 대한 답변서(사진=조승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