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대표적인 2기 신도시로 부동산시장을 이끌던 광교신도시의 상권이 위태롭다. 아파트는 청약마다 흥행을 이어왔지만 기반시설 부족이라는 한계를 만난 상가들은 대부분 여전히 활기를 찾지 못한 채 썰렁한 상태다.
지난 17일 찾은 광교신도시에서는 미분양과 공실, 가격 하락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된 지난 2011년 공급됐던 근린상가 5개 건물이 아직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다. 분양이 됐더라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상가가 많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상가 공실률은 약 13%로 전국 평균 9.7%를 웃돌고 있다.
광교 상권은 오는 2016년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중심상가가 있는 SB04역, 경기도청 예정지인 SB05역, 경기대 부근 SB05-1역 등 크게 세 군데로 나뉜다.
하지만 SB05-1역이 들어서는 경기대 부근은 친환경 주거단지인 웰빙타운이 인접해 상권과는 거리가 멀고, SB05역은 언제 이전할 지도 모르는 경기도청만 바라보고 있는 통에 아직 활성화가 안되고 있다. 그나마 비교적 입주가 빨랐던 SB04역 일대가 상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곳 역시 과잉 공급된 오피스텔과 함께 상가가 난립하면서 공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광교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과 상가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광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장 영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경기도청 주변이나 호수공원쪽 상권이 제일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도청 이전이 보류된 상황에서 지금은 장담할 수 없다"며"그나마도 도청 주변에 있는 근린상가들은 대지면적이 좁아 주차 문제가 결부돼 있어 알만한 브랜드를 가진 점포가 하나도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심상가쪽도 주차 공간이 부족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며"벌써부터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문을 닫는 점포들이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B04역 인근 상가 전용면적 45㎡의 경우 1층 기준 임대료가 1년 새 10% 이상 하락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입점한 지 6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입점 1년 차인 또 다른 대기업 커피전문점 역시 손님이 없어 고전하던 중 임대료 조정이 안 돼 얼마 전 폐업을 선언했다.
상가 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단지 내 상가 역시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2억원 이상 형성될 정도로 아파트의 인기가 높았던 자연앤힐스테이트 단지 내 상가 점포는 분양가에서 2억원 가까이 빠진 급매물이 시장에 나왔지만 3개월이 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역 개통 전까지는 당분간 상권이 고전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억원 중반에서 6억원대로 분양됐던 물건들인데 4억3000만원까지 내렸다"며 "임차인이 없어 더 저렴하게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신도시가 생기는 과정에서 상가 투자에 광풍이 부는 것은 오래전 일"이라며 "주거 선호도가 높은 신도시의 분위기를 타고 상가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공급된 뒤 향후 입주가 진행되고 상권이 형성되는 현실이 다가오면 상가는 분양가보다 가격이 빠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분당선 연장선이 2016년은 돼야 개통되기 때문에 광교의 상권이 성숙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무시설 등 기반시설이 될 만한 인프라는 미약한 대신 오피스텔이 대부분인 광교의 특성상 지하철역이 개통하더라도 후광효과 보다는 강남과 판교 등 더 큰 상권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져 오히려 빨대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상가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상품인 만큼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아파트보다 거품이 더 크게 끼는 경향이 있다"며"지하철역만 개통하면 상전벽해가 될 것처럼 기대하고 무리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