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먹구름 낀 日경제, 아베노믹스 약발 다했나

입력 : 2014-02-17 오후 3:12:22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 성장세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엔화 약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세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GDP 부진과 함께 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4분기 GDP 부진으로 아베 내각의 경제 정책이 시련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는 4월 소비세 인상이라는 큰 변수를 앞두고 소비 심리도 움츠러들고 있어 일본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日 4분기 GDP 0.3%↑..성장세 '기대이하'
 
17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와 동일한 성장률로, 0.7% 늘어날 것이라는 사전 전망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일본 경제가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했지만 증가율은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0.5% 늘어 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사전 전망치 0.8%에는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역시 3분기 연속 증가세는 지속한 것이지만 예상치 1.8%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일본의 4분기 GDP는 연율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1.0% 성장했다. 이는 지난 2분기와 3분기의 3.9%, 1.1%보다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예상치 2.8% 성장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일본 GDP 추이(자료=일본 내각부·뉴스토마토)
 
◇수출 증가세 주춤..아베노믹스 '먹구름'
 
일본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자 아베 신조 내각의 경기 부양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에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정책 목표인 '내년 2% 물가상승률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폴 도노반 UBS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일본 경제 성장 모멘텀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간의 강력한 부양 기조에 따른 엔화 약세 흐름에 대해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몇 년간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긴 일본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엔저에 따른 수출 증대 혜택을 수입 비용 상승이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GDP 결과는 일본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며 "일본 제조업체들은 자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분기 일본 수입이 3.5%나 급증한 것에 비해 수출은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이날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상은 4분기 성장 둔화의 이유로 부진한 수출 실적을 꼽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많은 일본 기업들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 일본으로부터의 출하량이 감소했다"며 "올해 일본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수요도 부진한다. 일본의 주요 수출국들 역시 경제 성장 둔화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일본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미야카와 노리오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경제 성장세가 부진한다"며 "특히,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일본의 수출 환경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찬바람'..BOJ 추가 부양에 힘 싣는다
 
일본 내 소비심리 역시 움츠러들며 향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오는 4월 소비세율이 현행 5%에서 8%로 올라가기에 앞서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인상을 앞둔 일시적인 수요가 생각만큼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소비 위축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무려 65% '소비세 인상 이후 가계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세 인상 충격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의 2%에서 1.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쿠보 다쿠지 재팬매크로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4월 이후 막다른 궁지에 내몰리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토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그간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늘어났던 일본 내 수요가 다시 줄어들면서 올 2분기 일본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다음날 공개되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세 인상에 대한 우려가 BOJ에 추가 부양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BOJ가 오는 4월 전까지는 통화정책 변화에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더라도 올해 안에는 추가 부양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션 칼로운 웨스트팩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인상 전에는 BOJ가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앨빈 류 대화은행(UOB)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GDP 부진으로 BOJ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올해 BOJ가 10조엔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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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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