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여성 1호 12명 얘기 들어보니

"여성 노력과 사회 인식 개선·정책 뒷받침 필요"
"여성 중간 관리자 육성해 고위직으로"

입력 : 2014-02-24 오후 3:08:27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구색 맞추기 식 여성 발탁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조희진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 "여성 임원 탄생이 여성 개개인의 성공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권선주 IBK 기업은행장), "여성 정책이 현장에서 그림의 떡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필요합니다."(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여성가족부가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유리 천장을 깬 여성 1호 간담회'에는 최근 경제·법조·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잇따라 탄생한 '여성 1호' 12명이 참석해 일과 가정의 양립·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과제가 제시됐다.
 
조윤선 장관은 이날 "각계 여성 1호로 이목이 집중되는 삶을 산 우리의 사명은 우리와 똑같은 환경과 시간을 후배에게 물려줘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젊은 여성의 약진이나 활약은 괄목할 만하지만, 조직에서는 아직 여성 1호를 기념해야 할 만큼 관리자급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이 올라야 할) 산 정상은 아직도 만년설인데 그것은 봄이 와서 저절로 녹지 않는다"며 "만년설은 1호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후배의 손을 잡아 이끄는 등 여성의 체온으로 녹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가 버는 돈을 아이를 키워주시는 분께 드리는데 일을 해서 뭐하겠느냐'며 그만두는 직원이 많다"면서 "하지만 1호들이 계속해서 나오면 '이 조직에서 나도 가능성이 있구나', '일하는 것이 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정책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기 위해선 기업이 여성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선주 IBK 기업은행(024110)장도 이에 화답하며 "36년 전 입행 당시 호칭부터 업무영역, 교육기회 등 곳곳에서 유리 벽이 있었다"며 "하지만 여성도 직업을 갖고 성장해야 하고, 또한 여성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조직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가 행장에 임명된 이후 금융권에서도 여성 임원들이 탄생하고 있으나, 이런 변화가 여성 개개인의 성공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창설 이래 최초의 여성 검사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는 "유리 천장을 깨는 방법으로 여성을 발탁하는 데 구색 맞추기 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준비가 안 된 여성은 유리 천장 파편으로 주변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여성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중간관리자에서부터 역량을 성공적으로 발휘하고 제대로 평가받아 고위직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역량 있는 여성 중간관리자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최초 내부승진 여성 임원인 박경순 징수 상임이사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하고 고위직까지 진출하기 위해서는 육아부담을 완화하고 경력유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출산여성인력지원 시스템 마련과 직장 내 보육시설 확대, 중소기업을 위한 공동 어린이집 구축,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지속 확대, 여성인재 양성은 물론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모두 발언에 이어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만, 사회 전반적 인식 개선과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김은영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대표이사 ▲양향자 삼성전자(005930) 상무 ▲이경숙 GS건설(006360) 상무 ▲이인선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최은주 포스코 A&C 상무 등 12명이 참석했다.
 
◇여성가족부가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경제계·법조계·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잇따라 탄생한 '여성 1호' 12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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