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사진=이준혁 기자)
[가고시마(일본)=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대형 포털사이트 내 검색창에서 '이상화'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다.
다음으로는 '이봐'라는 형태의 예명을 사용하는 남자 개그맨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서 유명한 일제 시대의 저항시인이 등장한다.
야구선수 이상화는 검색 순위에서 얼굴 이미지가 보여지는 상위권과 '인물 더 보기'를 클릭하지 않아도 보이는 중위권을 오가는 선수다.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롯데에서 불펜 투수로 맹활약했지만 기량을 만개한 이는 아니다. 아직 보여줄 실력이 많은 1988년생 젊은 선수로서, '미완의 대기'란 수식이 어울린다.
지난 22일 오후 롯데 선수단의 숙소가 위치한 일본 가고시마의 선로얄 호텔에서 야구선수 이상화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상화는 "올해 선발투수에 드는 것이 목표"라며 "남은 스프링캠프 기간동안 제구력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상화와의 일문일답.
◇포수 강민호와 같은 방을 쓰는 이유
-가고시마 전지훈련 참가가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안다. 어떻게 지내나.
▲매년 오다보니 잘 적응한다. 쉬는 때는 잠시 쇼핑도 다닌다. (강)민호 형과 온천에 자주 간다.
-강민호 선수와 룸메이트로 지내는 것으로 안다. 원래 친하게 지냈나.
▲그렇다. 그런데 물고 때리며 마구 괴롭히곤 한다. 때리는 대로 맞고 지낸다. (웃음) 후배로서 감수해야 할 일이다.
-친하니 웃으며 감정없이 때리고 할텐데, 누가 먼저 룸메이트로 함께 하자고 했나.
▲시즌 종료된 후 (강)민호 형 연락이 왔다.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마친 이후다. (강)민호 형이 곧 시작되는 전지훈련 때 같은 방을 쓰자고 제안했다.
-제안을 듣고 어땠나. 그래도 이제 8년차인데 방졸 위치에 부담은 없었나. 지켜야할 규정은 아니지만 야수는 야수끼리, 투수는 투수끼리 룸메이트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흔쾌히 응했다. 민호 형은 야수이지만 내게 먼저 연락을 줬다. 원래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나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투수로서 포수와 서로 마음이 맞으면 좋은 일이고, 특급 선수인 선배가 내게 해줄 조언도 적잖다. 나도 민호 형과 룸메이트를 맺고 싶었다. 아직 자리를 잡으려는 상황에서 초대형 FA가 내뿜는 기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 든다"
-훈련은 잘 되고 있나.
▲생각대로 잘 되는 부분도 있고, 마음과 달리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안 되는 것'이라면.
▲투구폼 교정이 참 어렵다. 팔의 움직임이 더욱 커져야만 하는데 상체는 커진 반면 하체는 오히려 짧아졌다. 아직 균형이 맞지 않는다.
-스스로 안 된다고 느꼈다면 개선하기 위해 직접 노력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영상도 많이 보고 생각도 많이 한다. 하나하나 좋은 쪽으로 맞춰가려고 스스로 계속 노력한다.
-노력에 따른 결과는.
▲노력한다고 금방 완벽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나를 보는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고 한다.
-투구 외에 다른 쪽으로 노력한 것은 있나.
▲지난해 12월 살을 뺐다. 몸이 무거우니 회전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혼자 다니던 동네의 휘트니스 센터를 바꿨다. 웨이트가 많지 않고 균형잡힌 훈련을 하려 꾀하는 곳이다. 기능적인 운동을 위주로 하며 균형을 잡으니 훈련에도 은근 좋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의 목표는.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 훈련에서는 체인지업을 다듬었지만 해외에 나와선 커브와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타점을 높이는 것과 포크볼도 함께 훈련하고 있다.
-주변에서의 평가는 들어봤는가.
▲(김시진) 감독님은 직접적인 말씀은 없다. 오히려 저를 몰아붙이며 강한 훈련을 이끄신다. 다만 다른 분들을 통해 감독님이 '상화가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는 말은 가끔씩 들었다.
-여러모로 좋은 징조 같다.
▲그렇지만 감독님은 내게 '피칭할 때 집중을 못 한다', '흐트러진다', '이런 식으로 야구 해선 안 된다'고 하신다. 가끔씩 심한 말도 하신다. 그런데 감독님 말씀이 틀린 내용도 아니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많이 혼나는 것이 당연하고 나도 고쳐야 한다.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승을 기록한 경기인 2013년 9월26일의 이상화.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속도는 높였고 제구가 과제다"
-선수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송)승준 형이다. 선발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불펜을 돌며 짧은 이닝을 던진 적이 많다. 하지만 승준 형은 소화한 이닝이 많다. 6년 연속(2008~2013년) 150이닝, 5년 연속(2009~2013) 16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다. 긴 이닝을 던지고 싶은 나로서는 꾸준함이 정말 멋지고 부럽다.
-4선발은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마지막 5선발에 든다면 목표는.
▲지난해 7년만에 최초로 선발승을 기록했다. 승리 투수가 된 경험은 가끔 있는데 중간이나 마무리로 얻어낸 승리였다. 지난해 2승(1패) 중 1승은 중간으로 얻어낸 승리였다. 만약 올해 선발에 오를 경우 현실적으로 7~8승 정도는 책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팀 내의 다른 투수 중 최근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는 누구인가.
▲(아무 망설임 없이) (배)장호 형이다. 군 제대(상무) 후 모습에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정말 다들 '(배장호 선수가) 올해 뭔가 일을 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들 왜 배장호 선수를 꽤 좋게 보나.
▲마운드에서 안정을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구속도 괜찮고 공끝의 움직임도 좋다고 말하는데 내가 봐도 정말 괜찮은 것 같다. 게다가 지금 4선발로 꼽는 선수는 모두 정통파인데 장호 형은 사이드암을 던지는 선수다.
-6선발로 가지 않는 이상 5선발에 남은 자리는 하나인데 걱정이 적지 않겠다.
▲걱정이 없다면 거짓이다. 그래도 나는 내 길을 걸으며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사람들에게 신뢰와 만족을 주면 된다. 실력으로 자기 원하는 자리를 찾는 것, 그것이 프로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남은 기간 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구에 집중할 것이다. 구속은 끌어올렸는데 제구가 쉽지 않다. 끝날 때까지 가장 큰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피드의 경우 전에는 빠르지 않았는데 폼이 바뀌니 볼의 힘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주변에서도 공의 빠르기에 대해서는 칭찬 평이 많다. 다만 컨트롤의 경우 정말로 어렵다. 스프링캠프 최대의 숙제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모든 투수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원관중 앞에서 공 던지기'가 투수 최고의 소원일 것이다. 다만 지난해 사직구장의 관중은 많이 줄었다. 물론 우리가 작년 5위로 마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좋은 선수 보강도 많이 됐고 각오도 남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확실한 것은 올시즌 롯데는 4강에 오른다. 이후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하늘이 잘 돕도록 나부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성적 낼테니 올해 많은 관중이 사직구장을 찾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