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동양그룹 사기CP 발행'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6)이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면서도, 자신의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동양증권은 CP를 발행한 회사가 아니라 판매한 회사"라며 "CP발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구 직원이 투자자에게 어떤 발언을 하고 투자를 받았는지 확인을 하지 못한다"며 "부도될 어음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를 강요하고 상환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 투자를 유치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동양증권이 CP를 판매하고 발행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돼 투자자들에게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겸허히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을 비롯해 나머지 회사 임직원 10명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방대한 탓에 기록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에 증거목록과 입증취지를 공소사실에 특정해서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두 차례 정도 더 열고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쟁점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날 재판에는 현 회장과 정 사장 등 구속기소된 피고인 4명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현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개인투자가 4만여명에게 판매해 1조30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 전 사장과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38),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서널 사장(48) 등 그룹 고위 임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현 회장 등은 상황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동양레저와 동양캐피탈 등 계열사 CP와 회사채 총 1조3032억원어치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