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중간투표율 54%..70% 돌파에 안간힘

입력 : 2014-02-26 오후 4:12:12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오는 3월10일로 예정된 의료계 총파업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갖은 혼란 속에서도 의사들의 투표 참가율이 50%를 돌파해 가결 정족수를 채웠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6만9923명 중 3만763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중간집계 결과 투표율은 53.82%를 기록했다.
 
◇총파업을 결정하기 위한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 찬반투표 현황. 26일 10시 기준.(자료=대한의사협회·재구성)
 
지역별로는 충청남도가 1749명 중 1255명이 참여해 71.76%의 투표율을 보여 가장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는 47.73%로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서울도 49.72%로, 평균 투표율보다 참여도가 낮았다.
 
의협은 이 같은 기세를 몰아 투표 마감일 28일 자정까지 최종 투표율이 70%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개표 결과 파업 찬성이 과반수를 넘으면 다음달 10일부터 의료계는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투표 참여 자체가 파업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총파업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투쟁에 나서야 동력이 형성된다는 점. 일단 현장의 젊은 의사들은 노환규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노환규 회장은 지난 25일 강북구의사회 제20차 총회에서 “총파업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써 파업은 이미 결정됐다”며 사실상 출정을 선언했다.   
 
노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 최소한 5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의사들의 명확한 의지를 (정부에) 보여줘야 한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번 투표는 단순히 파업 찬반 여부를 가르는 데 그치지 않고, 노 회장의 재신임 여부도 걸려 있다.
 
특히 파업 명분이 된 원격진료제 도입과 병원 영리법인 허용, 불합리한 의료수가 현실화 등 보건의료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향후 의료계의 명운이 걸렸다는 게 집행부의 판단이다.
 
노 회장의 의지는 분명했다. 그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투표를 통해 의사들의 의지가 확인된다"고 규정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철도노조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의 강경 방침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며 "제가 구속되는 등 집행부가 철저히 탄압을 받으면 그때 진정한 투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대란 등 여론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는 "물론 국민건강을 담보로 파업에 나선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면서도 "국민을 더 이상 속여서는 안 된다. 정부도, 의료계도 이 점에 있어서는 솔직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의료제도 개혁을 꼭 관철시켜야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라고 역설했다.
 
집행부가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치면서 각 구 의사회들은 회원들의 투표 참여 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 회장도 직접 발로 뛰며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도봉구의사회 정기총회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한공보의협의회 이·취임식에 참석해 계약직 공무원 신분인 공보의들에게 당장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되더라도 투표만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24일 오후에는 모교인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대학병원 교수와 전공의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또 같은 날 흑석동 중앙대 병원을 찾았다. 26일 오전에는 서울성모병원과 고대의료원을 방문한 데 이어 저녁에는 강북구의사회와 성남시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투표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노 회장은 남은 기간 강동 경희대의료원 등 대학병원을 돌며 총파업 투표 독려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각오다.
 
노 회장은 이와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의과대학을 졸업한 회원들과 공중보건의, 의무장교(군의관)들에게도 총투표에 대해 안내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투표율 50%를 넘어 7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3월10일 집회는 이미 확실시됐다. 앞으로 새로운 제2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출범시키고,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기만적 태도가 현재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며 화살을 정부로 돌린 뒤 “의사 총파업은 의협 집행부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나를 구속할 것이다.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다음달 1일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총파업 전회원 투표를 실시하던 중 지난 24일 의협 투표시스템을 해킹하려 한 흔적이 발견돼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 측은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해킹 시도 내역을 포함한 근거자료를 첨부,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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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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