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27일 전격적으로 합의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법안이 2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핵심이 빠진 ‘맹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합의 당사자인 민주당 역시 '부실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첫 발을 뗐다'는 점에 의의를 두는 모습이다.
법사위의 유일한 소수 정당 소속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여야 합의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야합의 산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28일 새벽, 기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과거 특검법에 비해 오히려 개악돼 오로지 대통령과 여당 권력을 위한 특검법안으로 변질됐다"며 "상설특검법이 아닌 여당특검법이라 불리는 것이 어울린다"고 성토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합의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 법사위원 내에서도 '원칙대로 안 되면 판을 깨야한다'는 입장과 '일부 양보하더라도 상설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두 입장으로 나뉘었다. 결국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은 후자를 택했다. 일단 첫 발을 떼는 것에 의미를 두자는 것이었다
신경민 의원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법으로 만든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는 합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미숙아로 태어난 이번 합의를 인큐베이터에 넣어 성숙한 정상아로 만들 의무가 정치권에 있다"고 밝혀, 법안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영선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춘석 민주당 의원(왼쪽부터) ⓒNews1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은 새누리당의 완강한 거부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반영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공약한 바 있고, 심지어 지난 1월1일 심야에 여야가 각서까지 교환했지만, 새누리당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여야는 2월 임시 국회에서 진정성을 갖고 합의 처리한다'는 지난달 1일의 합의가 있었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26일까지 단일안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두 개의 안을 야당과의 협상에서 내밀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애초 제시한 두 가지 안은 지난 11차례의 개별 특검에 비해서도 대단히 후퇴한 모습이었다. 첫번째 안은 상설특검의 범위를 제안하고 특별검사의 추천위원회를 법무부 산하에 두도록 했다. 또 다른 안은 특별감찰관제의 범위를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한정하고, 감찰이 친인척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감찰은 중단하고 검찰에 이첩하도록 규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이 두 안에 대해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까지 표현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당초 요구했던 '기구특검'과 '특검 발동요건 국회 정족수 3분의 1이상' 조항을 포기했지만 새누리당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계속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의 요구가) 커다란 절벽을 향해 외치는 공허한 메아리라고 느꼈다(박범계 의원)"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이 25일 법사위를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2월 국회에서의 다수 법안의 통과에 제동을 걸고 나서야 새누리당은 26일 단일안을 민주당에 제시했다. 이후 양 측이 여러 차례 협상을 한 끝에 27일 오후에 법사위 여야 간사는 최종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범계 의원 ⓒNews1
법사위 소위 내에서 협상을 진행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협상과정에서의 느꼈던 고민을 털어놨다. 박 의원은 "원칙대로 민주당 안을 고수하면서 협상을 틀을 깨고 하나도 얻는 것이 없는 것을 끝내버릴지, 상설특검의 그릇이라도 만들어놓고 검찰개혁의 화두를 이어갈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실론인 후자를 택한 이유를 과거 2004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에서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당시 (우선) 국가보안법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고무찬양죄 등이라도 개정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소회가 있었다"며 "이것이 이번 검찰개혁 논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이어 "확실히 이번 합의안은 불완전하고 한계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제가 상설화된 것은 틀림없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여론이 있을 때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