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용? 해운보증기구 실효성 논란

입력 : 2014-03-03 오후 4:17:4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설립 계획을 밝힌 ‘해운보증기구’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해양수산부가 계획했던 해양보증기금에 비해 규모가 대폭 축소된 데다, 수요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운업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부산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정부가 부산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비난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만든 선거용 정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내에 해운사의 신규선박 발주 등을 지원하는 해운보증기구(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보증기구는 해운사의 후순위 채무와 지분투자에 대해 보증을 맡고, 선박의 구매·관리·운용 등 선박은행(Tonnage Bank)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총 5500억원 규모로, 설립 초기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고 향후에는 민간 참여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의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한국선주협회는 “정부에서 발표한 '해운보증기구 설립 방안'이 불황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해운업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국내 중소선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논의됐던 2조원 규모의 해양보증기금에 비해 규모가 약 4분의 1로 줄어들은 데다, 지원이 시급한 중소선사들 대부분은 이번에도 역시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지적.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운, 조선, 건설 등 취약업종 지원을 위해 P-CBO를 도입하고 각종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신청 요건이 너무 높은 탓에 정작 지원받는 선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충분한 수요조사가 선행되지 않아 이번에도 정부 지원의 문턱을 넘기가 힘들 것이란 게 현장의 우려다.
 
소수의 선박을 운용하는 중소선사들은 연간 매출보다 새로 도입하는 선박 한 척의 가격이 훨씬 높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선박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데,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고 신용등급 또한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도입한 P-CBO의 경우 정부가 총 6조원이 넘는 금액을 마련했지만 중소 선사들이 지원받은 금액은 단 60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 지원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보증기구가 신조선 발주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장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급한 선사들에게는 즉각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비가 좋은 대형선박을 도입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글로벌 선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파산하느냐 마느냐를 걱정하는 중소 선사들에게 신조선 도입 지원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생존의 위기에 닥친 이들에게 이 같은 지원은 그림의 떡과도 같다는 주장. 실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선사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벌크사업부, LNG사업부 등 알짜 사업들을 매각하는 마당에 중소선사들은 신조선 도입을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사들이 가장 원하는 지원은 원활한 유동성 공급”이라며 “언제 설립될 지도 모르는 해운보증기구보다는 현재 운용하고 있는 P-CBO 등 기존 정책의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편이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부산 동북아 금융허브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서병수 의원과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해운보증기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새누리당 이진복, 서병수, 박민식, 김도읍 의원.ⓒ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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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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