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해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전국의 야구장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중이다. 응원 단상의 이전이나 전광판 교체 정도의 가벼운 변화도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지은 새로운 야구장이 드디어 개장하는 경우도 있다. 또 올해 개장하지 않지만 공사가 한창인 현장도 적지 않다. 뉴스토마토는 전국에 산재해있는 야구장 공사 현장 8곳을 방문해 현황과 향후 일정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사진=이준혁 기자)
광주시민은 물론 국내 야구팬들의 기대가 컸던 광주광역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가 공사 27개월만에 공식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65년 개장해 49년간 사용된 무등야구장 옆에 지어진 챔피언스필드는 공사를 이미 마친 상태로 현재는 시설 설치와 각종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오는 8일 열리는 개장행사를 위해 광주시와 KIA 타이거즈는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8월과 12월에 챔피언스필드 공사 현장을 찾아 야구장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공사 관계자와의 현장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개장을 앞둔 광주 챔피언스필드 현장을 최근 다시 찾았다.
◇깔끔한 그라운드와 관중석
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한 날, 하늘엔 구름이 짙게 끼었다. 챔피언스필드와는 버스로 10분 거리인 터미널에 도착하니, 비는 오지 않았지만 뿌연 하늘 색깔에 무등산을 촬영하기는 어렵게 보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바라본 동북쪽의 무등산은 구름에 가려 형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야구장의 절경을 개장일에 맞춰서 공개하려는 하늘의 뜻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그라운드와 관중석은 아쉬운 마음을 가시게 했다. 완벽하게 정돈된 그라운드와 깔끔한 관중석을 보니 당장 경기가 열려도 좋을 듯 했다.
콩코스(내부 복도)와 구장 바깥은 막바지 정비로 바빴다. 공사를 마친 구장에 여러가지 시설을 설치하고, 물품을 들이느라 분주했다.
경기장과 경기의 운영을 위해 들이는 시설이 많았지만, 팬들을 위한 시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콩코스의 TV다. 매점과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이 경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복도 곳곳에 설치한 시설이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내 1루 방향 내야석. (사진=이준혁 기자)
◇정규리그 개막 한 달 앞두고 내부 공사 분주
광주시는 챔피언스필드 개장식인 '시민 화합 야구 대축제'를 오는 8일 오후 2시에 연다. 비록 이날 KIA는 원정 시범경기가 잡혀 참석하지 못하지만, 개막식은 친선 경기(연예인 야구단과 타이거즈 레전드 간의 경기)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로 꾸며진다.
KIA가 첫 홈경기를 치를 시점은 오는 15일이다. KIA는 이날과 다음날 두산과 시범 경기를 치르며 이후 18~19일 SK전, 20~21일 롯데전 등을 통해 구장 전체를 시범운영한다. 첫 정규 홈경기는 오는 4월1일 NC와 가진다.
외형적으로 챔피언스필드는 이미 정식 야구장의 모습을 갖췄다. 그동안 시민 투어를 통해 지적된 사안들을 보완해 최신식 구장으로 위용을 갖춘 챔피언스필드에 많은 관객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반면 경기장 내부는 아직 어수선했다. 공사는 마무리했지만, 각종 시설물 설치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홈팀 KIA 선수들이 쓰는 클럽하우스는 아직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래도 내부 공간인만큼 조금 시일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마무리를 통해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규시즌 중에는 큰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우니, 지금 확실히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내 홈팀(KIA) 선수단 사용 공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감독실, 라커룸, 맥반석 사우나, 목욕탕. (사진=이준혁 기자)
◇잘 꾸며진 클럽하우스와 감독실
지난해 12월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한창 공사 중이던 맥반석 사우나는 어떻게 됐을까.
당시 야구장에 맥반석 사우나가 설치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며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기자가 이날 홈팀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맥반석 사우나가 설치된 홈팀 목욕탕이다.
목욕탕은 마감재 공사와 청소를 마친 상태였다. 깔끔한 목욕탕을 보면서 올시즌 KIA 성적이 다시 한번 기대됐다.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수를 위한 시설로 체력단련실과 물리치료실도 빼 놓을 수 없다. 체력단련실은 이미 체력단련용 운동기구가 많이 들어간 상태였고, 물리치료실은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면 함부로 들어가기 어려운 감독실도 둘러봤다. KIA 선수단이 아직 전지훈련 중인 만큼 현재는 냉장고와 소파, 탁자 등 가구만 놓인 상태다. 그래도 홈팀 감독실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원정팀이 쓰는 공간은 홈팀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보였다. 목욕탕이 아닌 샤워실을 갖추었으며 사물함도 별도의 시건 장치가 없다. 감독실에도 책상만 비치됐다.
하지만 이는 여느 야구장을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히 경기장을 자주 이용하는 홈팀이 쓰는 시설이 더욱 좋을 수밖에 없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내 원정팀 선수단 사용 공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라커룸, 샤워실, 식당, 물리치료실. (사진=이준혁 기자)
◇잘 지은 야구장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길
챔피언스필드에 대해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팬들과 소통이 어렵고 구조도 곡면인 불펜과 낮은 경사가 그러하다.
전문가의 컨설팅이 아쉬웠다. 야구장 신축은 흔히 이뤄지는 공사가 아니기에 경험이 풍부한 업체가 드물다. 현행 제도상 관(官)의 공사에 관이 직접 컨설팅료를 지불하면서 공사 자문을 받기는 어렵다. 만약 경험이 많은 해외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았다면 아쉬움은 많이 줄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수년동안 답보상태에 놓였던 야구장 공사를 실행에 옮겨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는 꽤 고무적이다. 인천 문학구장이 생긴 2002년 당시 느낌을 광주에서도 재현하면서, 21세기 초기 야구장의 좋은 교본으로 남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챔피언스필드는 8일 개막식을 통해 KIA 구단으로 운영권이 넘어간다. 정규시즌 전까지는 공사 관계자가 일부 잔류하며 필요한 마무리를 하긴 하나, 공식 운영은 광주시가 아니라 KIA 구단이 맡는 것이다. KIA는 최장 25년간 상가운영권을 포함한 모든 챔피언스필드의 사용권한을 보장받았다.
야구장 공사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잘 지은 야구장을 이제 잘 다루는 일이 남았다. 그리고 성적을 떠나서 좋은 시설에서 멋진 플레이로 많은 팬에게 감독을 안기는 야구를 펼칠 때이다. KIA는 물론 챔피언스필드를 쓰는 선수들의 투혼이 기대된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내부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