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마침내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9일 밤 유감을 표명했다.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라는 요지의 입장을 전한 것이다.
18대 대선 불법 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비판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이유는 벼랑 끝에 내몰린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북 심리전'이나 '개인적 일탈', '국정원의 명예' 따위의 변명이 통할 추호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직원들이 문재인 민주당 당시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한 것에 대해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거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며 자신의 존재를 방어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의혹 국면에서도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는 이상한 이유로 대화록을 공개, 새누리당의 종북공세를 사실상 지원한 바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국정원에 대한 개혁 움직임이 강해지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카드를 꺼내는 등 국정원은 그간 적극적으로 정치 전반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안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이러한 만행들은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10일 야권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까지는 아니지만 검찰의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주문해 존폐의 기로에 몰린 국정원의 신세는 더욱 초라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