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돈 묶인 베이비부머 '살까 팔까'

"공급과잉 여부·세금부담·상속 등 따져봐야"

입력 : 2014-03-13 오전 9:30:44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강모 씨(60)는 요즘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이다. 누구는 '대세 하락기'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오래 살지 알 수 없는데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 주택연금도 알아봤으나 자녀 결혼 등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아 꺼려진다. 수익형 부동산에는 2006년쯤 손댔다가 큰코 다친 경험이 있어 '투자'는 두려움 그 자체다.
 
#김 모씨(30)는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다.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매매가에 육박한다. 그렇다고 자금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대출을 껴서 사려니 집값이 내려갈까 걱정된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 월세를 받겠다는 집주인이 더 늘어났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대책'이 집주인을 동요시켜 월세는 더 오를 것 같다.
 
(사진=뉴스토마토DB)
 
◇집값, 오르고는 있지만 '불안'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그렇다면 팔까. 살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거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과 주택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 매매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고, 전세가는 18개월 연속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 최근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는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자료=금융연구원)
 
하지만 전체 자산의 70%가량이 부동산에 묶인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의 은퇴가 최근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물량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는 전례 없이 긴 은퇴 기간을 버텨야 하는 반면, 노후 자산이 제대로 축적된 경우는 적다는 분석도 끊임 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베이비부머가 내놓는 물량 받아줄 세대가 없다"
 
베이비 붐 세대가 부동산을 팔기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 소장은 "수요와 공급이 안 맞다"며 "30~40대가 자산을 축적하지 못하는 등 상황이 안 좋아 약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은퇴 이후 10년에 걸쳐 던지는 중대형 아파트를 살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구매력이 약한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일본만 하더라도 노인이 남긴 부동산이 200만채나 비어 있는 실정"이라며 "고용이 활발해지는 등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이상 지금부터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기법을 자기 형편에 맞게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부동산 다이어트를 주문하고 있으나 실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장은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향이 맞지만 대중적 정서는 집값이 오르는 걸 기대하고 있으며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한국적 조건 때문에 유동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따라 전략 다르게"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부동산 시장은 없다"며 "큰 파도를 보라"고 말한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젊은 세대는 점점 줄어드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보라는 얘기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과거와 같은 호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종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갖고 있고 20~30대는 좁은 취업문 등의 이유로 소득 수준이 낮아 주택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제력에 따라 있는 부동산 자산 관리 방법이 갈린다"며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많거나 경제력보다 큰 규모의 집을 갖고 있는 경우 다운사이징을 해야겠지만, 집을 옮기는 게 쉽지 않은 경우도 있고 노후 생활용 자가주택을 원하는 수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없더라도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금융상품 대비 부동산의 경쟁력을 살피고, 집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해 현금화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에도 공급이 많은 지역이 있으므로 기회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회복 움직임이 있으나 주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회복세는 꾸준했으나 단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과거의 시장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부동산 투자에 나선다면 공급 과잉 여부, 수익률, 세금 부담 외에도 지역 특징, 증여나 상속 문제 등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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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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