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2년..교역규모 늘었지만 농축산물 피해 가시화

입력 : 2014-03-14 오후 3:35:5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는 우리나라와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2년째다. 그간 우리나라의 수출규모와 투자유치가 늘었지만 농축산물에 대한 피해는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 셈.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후 2년간 양국의 교역규모는 FTA 발효 전 2년간(2010년 3월15일~2012년 3월15일)보다 4.1% 오른 2054억달러로 나타났다. 투자유치 규모는 80억4000억달러로 FTA 발효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울산 현대차 수출부두의 모습.ⓒNews1
 
FTA 발효후 교역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對미 수출도 늘었다. FTA 발효 2년차에 우리나라의 對미 수출은 1210억달러로 발효 전보다 10.3% 상승했다.
 
특히 FTA로 관세가 인하됐거나 철폐된 자동차부품과 석유제품 등 혜택품목을 비롯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등 비혜택품목의 수출도 다소 늘었다. 반면 FTA 발효 후 對미 수입은 3.8% 줄었다. 원동기와 의약품 등 FTA 혜택품목의 수입은 10.1% 올랐지만 반도체와 항공기 및 부품 등의 비혜택품목의 수입은 23.8% 감소해 전체 수입이 감소했다.
 
기업의 한-미 FTA 수출활용률도 75.7%를 기록했는데 중소·중견기업의 활용률이 FTA 발효 후 2년 동안 8.5% 올라 대기업의 활용률 증가폭(6.3%)보다 더 높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후 수출증가율은 같은 시기 對세계 수출증가율(6.0%)보다 속도가 빠르다"며 "한-미 FTA가 우리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투자유치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투자액 80억4000만달러는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의 24.5%로, 미국은 우리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그러나 한-미 FTA 타결 전부터 우려가 컸던 농축산업은 점차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FTA 발효 전 75억700만달러에서 FTA 발효 2년 차에 59억8900만달러를 기록해 20.2%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對미 농산물 수출은 FTA 발효 전보다 2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인 수치로만 보면 농산물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수입은 감소했고 그 격차는 40%포인트나 된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좋아하기 이르다. 곡물 수입 감소폭이 매년 줄고 있고 과일과 채소, 축산물, 가공식품 등은 수입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곡물의 수입이 줄어 전체 농산물 수입이 하락한 것처럼 보인 것뿐이다. 한-미 FTA에서 농산물이 양허제외 됐음에도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더욱 걱정된다. 정부가 관세유예만 믿는다면 한-미 FTA 발효 10년 이후에는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FTA 발효 전 농어업에 대한 피해가 뻔히 예고됐는데 정부는 보조금 지급 외에 농축산업을 살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한-미 FTA가 졸속 추진된 만큼 농축산 분야 피해는 점점 더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의 FTA 활용을 촉진하고 투자유치를 활성화할 세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취약산업에 한-미 FTA가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현장수요에 부합하는 보완대책이 추진되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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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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