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황식 전 총리의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시 현직 판사의 수행 논란과 관련해 해당 판사에게 안내를 부탁한 ‘지인’은 김 전 총리의 사위로 밝혀졌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News1
24일 법조계와 정계에 따르면, 김 전 총리의 사위인 박 모 변호사(40·사법연수원 37기)는 김 전 총리가 스탠퍼드대에 강연을 가기에 앞서 평소 친분이 있던 조 모 판사(37·여·32기)에게 안내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형로펌 소속인 박 변호사는 현재 UC버클리대에서 유학중으로, 자신의 일정 때문에 김 전 총리를 안내하지 못하자 친분이 있던 조 판사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박 변호사와 조 판사는 같은 서울대 출신으로 학번은 박 변호사가 위지만 사법연수원은 조 판사가 선배다.
당초 조 판사가 김 전 총리의 안내를 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은 김 전 총리 역시 대법관 출신의 법조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법관 출신의 김 전 총리 예우 차원에서 법원 인사가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김 전 총리를 시작으로 황찬현 감사원장과 최성준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까지 사법부에서 행정부처로 잇따라 이동하면서 행정부처와 사법부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조 판사는 지인을 통해 김 전 총리의 안내를 부탁받았다고 밝혔지만 개인 신상이 밝혀지는 것을 우려해 박 변호사로부터 부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음으로써 이런 의혹은 더 커졌다.
결국 이번 논란이 지인을 통한 안내 부탁 정도로 밝혀졌지만 김 전 총리나 조 판사, 박 변호사 모두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김 전 총리의 경우 안내를 맡아줄 사람이 조 판사임을 알았다면 전직 대법관 출신으로법관과 정치인인 자신의 만남이 구설수에 오를 것이라는 것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스탠퍼드 방문 당시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매스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던 때였으며, 실제로 강연 후 김 전 총리는 사실상 선거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조 판사 역시 비록 미국 연수 중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안내를 맡게 될 김 전 총리가 국내에서는 이미 정치인으로, 서울시장 후보출마 발표를 목전에 앞뒀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렇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도 안내자가 필요했다면 조 판사 보다는 법관이 아닌 신분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을 물색해 부탁하는 편이 타당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당시 조 판사는 김 전 총리가 강연 직후 서울 시장 출마선언을 한다거나 하는 정치적인 행사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고 통일정책 주제강연을 하는 학술세미나 자리로 인식했다"며 "조 판사가 잠시 동안 길안내를 한 것은 판사로서 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김 전 총리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법관 윤리강령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