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생각과 달라도 너무 다른 '옐런 스타일'

입력 : 2014-03-25 오전 10:55:59
"성명문에는 '상당한(considerable)'이란 표현을 썼지만 이런 표현은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아마도 6개월 정도(around six months)가 아닐까 싶네요"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이다.
 
검은색 정장에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옐런 의장은 비교적 쉬운 용어를 쓰며 또박또박 차분하게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질문과 답변이 30분가량 이어진 뒤, 갑자기 전세계를 뒤흔드는 세 마디가 튀어나왔다.
 
"6개월 정도(around six months)"
 
딱 이 세 단어에 투자자들은 경악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통화가치,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옐런 의장의 말 대로라면, 연준이 테이퍼링을 오는 9월 종료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르면 내년 3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보통 중앙은행장들은 성명문에 나와있지 않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나 특정 시점을 밝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린스펀 의장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시장과의 소통을 중요시 했던 버냉키 의장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전임 버냉키 의장이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는 "FOMC 회의가 앞으로 두세 차례(a couple of meetings) 더 열릴 때까지"라고 에둘러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옐런의 ‘돌직구 발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새내기의 실수’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경기 회복을 자신해 긴축에 속도를 내려는 연준의 속내를 작심하고 밝힌 것’이란 반응도 있다.
 
말 실수 였든 미리 계산된 것이었든 그동안 그를 온건파인 ‘비둘기’로 봤던 시장은 '비둘기의 탈을 쓴 매'라며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외신들도 앞다퉈 옐런 의장이 취임 이후 첫 데뷔전에서 'C-' 성적표를 받으며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은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기도 하지만 변동성 리스크를 크게 높인다.  데뷔 무대에서 발을 헛디딘 풋내기의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투자자들이 받은 충격과 시장의 동요는 너무 컸고 앞으로도 이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시장이 특정 기간에 대한 언급을 너무 확대 해석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옐런 의장의 다듬어지지 않은 발언은 금융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시장 참여자들은 중앙은행과의 소통을 원한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앙은행 수장들의 입에 따라 춤을 추며, 중앙은행과 시장간의 소통문제는 늘 중대 현안이었다. 여기서 소통이란, 시장의 기대와 이를 반영한 정책을 의미한다.
 
옐런 의장은 이번 일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세계 경제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말조심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도 확실히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론 신참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절제된 언행을 하려고 애쓸지 모른다.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시장과의 의사소통이 분명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옐런 의장.
 
비록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앞으론 '매파'와 '비둘기파' 간의 갈등을 시장에 노출시키지 않기를, 그리고, 그의 말대로 시장과 소통하려는 '옐런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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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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