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신흥 주거 명문으로 부상한 반포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입니다. 반포의 두 랜드마크가 서울시의 부동산정보 시스템을 바꿔놓을 정도입니다.
두 아파트는 반포를 상징하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자이입니다.
최근 부동산정보 제공 싸이트인 부동산정보광장은 시스템 오류로 관리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1~2월 두달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의 전월세거래가 단 한건도 등록되지 않은 것입니다. 부동산정보광장은 서울시가 부동산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하는 부동산 거래 정보 싸이트입니다.
시는 국토부로부터 해당 자치구 거래 내역을 받아 부동산정보광장에 올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거래액은 자동으로 필터링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습니다.
개인간의 특별한 혹은 편법적인 거래, 즉 비정상적인 거래액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게시를 안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필터링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현재 반포 자이 전용 59.9㎡의 전셋값은 7억원~7500만원 정도입니다. 반포 자이는 이보다 500만원~1000만원 가량 비쌉니다. 84.9㎡의 전셋값은 10억원에 육박합니다. 또 구(舊)주거명문 도곡동의 도곡렉슬(84㎡)보다 1~2억원 높습니다.
부동산정보광장 시스템 구축 당시 기준으로 이같은 전셋값은 비정상적인 가격입니다. 솔직히 지금 기준으로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반포 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때문에 시스템 정비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자이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아닙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아파트입니다. 유명 브랜드라는 것 말고는 아파트 자체가 가지는 특별함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전셋값은 서울에서도 웬만한 대형 아파트 한두채를 사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도곡동이었던 부동산 중심축이 반포로 이동한지는 꽤 됐습니다.
이렇게 비싼 전셋집이지만 이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전세수요가 줄을 서고 있습니다.
현장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물건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거래가 될 정도입니다. 바로 바로 사라지니까 어디가 거래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전세 물건 나오기만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반포만이가 가진 천혜의 주거환경에 입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포 자이나 래미안퍼스티지는 한강공원을 걸어서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가 단지와 인접해 있습니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인 세화고등학교는 맹모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올해 세화고는 서울대학교에 21명을 입학시켰습니다. 전국 모든 고등학교 중 20번째로 높은 진학률입니다.
대한민국 부촌 중 하나인 서래마을은 바로 옆 동네입니다.
쾌적함과 교통, 교육, 편의시설까지 모든 점을 감안했을 때 반포만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전에 만난 대형 건설사 간부는 "반포에 살다가 딸 아이를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서초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결과적으로 서울교대부속초 입학 계획이 잘 안됐고 반포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어요. 반포를 나온게 후회 되네요"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애들 교육시킬 여유가 어디있겠냐고 말하지만 가능한한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은 전과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분양된 대림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4000만원이라는 고가 분양가로 이슈가 됐지만 분양은 허무하게도 하루만에 수십대 1로 마감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지형도와 서울시의 부동산정보시스템을 바꿔버린 반포의 힘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