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 통진당 해산심판 '서증' 수십건 철회..'진땀'

물량공세로 '중복' 서증 많아..출처 불분명한 증거도
재판부 "증거자료 너무 많다 내용 정리해서 제출하라"

입력 : 2014-04-01 오후 6:37:2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에서 정부측이 증거 철회를 하느라 진땀을 뺐다. 너무 많이 낸 서증 때문에 상당부분 중복되거나 출처가 불명확한 서증 등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안팎에서는 정부측이 서증을 제대로 검토를 하고 낸 것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4차 변론기일에서 정부와 통진당측은 증거로 사용될 서증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정부측은 통진당과 북한의 연계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북한 사이트 <반제민족민주전선 '구국전선'> 게시글 출력물에 대해 재판부가 출력 시기를 묻자 "2003년도 게시한 글이지만 언제 출력된 것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 민혁당 수사결과와 공무원 교사의 정당가입에 대한 형사사건 언론보도자료 등을 서증으로 제출했지만 "관련 판결이 있으니 판결을 증거로 제출하라"는 재판부의 요구로 "철회하고 판결문을 다시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동부연합 민노당사업방침(민주노동당 사업전략)'을 서증으로 제출한 뒤 "이 문건은 2004~2005년도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진보넷이 통진당 사이트에 있던 것을 받아 올린 것으로 지금은 (사이트에)없다. 대신 이와 관련된 기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작성자가 누군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고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출처가 없거나 추측성 기사로서 진정 성립에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재판관들이 철회를 요구한 서증 건수가 수십 건이다. 이중 상당수는 보도기사나 통진당 관련자들의 개인 블로그를 출력한 문건이다.
 
정부측 서증 철회가 속출하자 안창호 재판관은 "증거자료가 너무 많다. 내용을 잘 정리하고 적시에 제출해주길 바란다.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안 재판관의 지적 후에도 정부측 서증 철회는 계속됐다.
 
정부측은 통진당의 위헌성 입증과는 거리가 있거나 객관적 사실관계가 틀린 주관적인 주장이라는 통진당측이나 재판부의 지적에 대해 "다른 자료와 종합해서 평가한 부분"이라고 여러번 해명했다.
 
앞서 정부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부는 심판 초기인 지난 1월4일에만 1톤 트럭 3대 분량의 자료를 냈다.
 
이번 변론에서 정부측의 서증 대량 철회는 무분별한 물량공세로 자승자박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총 서증 건수는 1800건에 달하는데 앞 순서에 언론기사 등으로 제출한 서증의 판결 등이 갑호증이 늘어나면서 뒷 부분에서 다시 증거로 제출돼 중복되는 건수가 많았다.
 
한편, 이번 변론기일에서는 재판진행의 경제성을 권고하는 재판부와 구두변론에 충실해야 한다는 통진당측 대리인과의 갈등도 연출됐다.
 
재판부는 정부측이 제출한 서증이 워낙 많으니 재판부가 이미 충분히 검토한 부분은 상세한 설명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으나 통진당측 대리인들은 "사사건건 제재를 한다면 방어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맞섰다.
 
이에 박한철 소장은 "변론의 기회를 안 준다는 것은 큰 오해"라고 강조한 뒤 "오히려 충분한 변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시간을 아끼자는 것인데 계속 이의를 제기한다면 재판 진행에 협조를 안 한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10분 후 변론이 재개되면서 박 소장은 "재판 방식을 바꾸겠다. 하나하나 설명해라. 다만 누차 강조한 것처럼 동일한 취지의 반복은 피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부측이 제출한 서증 1호증부터 471호증까지 증거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100여건에 그쳤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22일 오전 10시로, 이 기일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서증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제공=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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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