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vs. 환경보호'..풀기 어려운 풍력발전방정식

입력 : 2014-04-07 오후 5:05:0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05년 3월, 바닷가 시골인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야산에 높이 80m의 거대한 탑이 들어섰다. 탑은 40m 길이의 날개를 쉼 없이 돌리며 바람을 갈랐다. 이런 탑이 모두 20여기. 처음에는 흉물스러웠지만 10년 후 이 탑들은 영덕군 1만 가구의 전력을 책임지게 됐다. 바로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소, 영덕 풍력발전단지다.
 
정부가 석탄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 풍력은 태양광과 함께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국토가 산악지형인 데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풍력발전을 하기에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세워진 영덕 풍력발전단지(사진=영덕군 홍페이지)
 
업계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태양광 다음으로 성장성이 유망하다. 바람이라는 자연자원을 활용해 발전하므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중공업이나 조선산업 등으로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업계는 2002년까지 시장규모가 6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04년부터 수소·연료전지와 태양광, 풍력을 3대 연구개발 사업으로 지정했고 제주도와 강원도 태백, 대관령 등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특히 풍력발전 확대는 제1·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모두 포함됐고 발전비중 목표도 증가세다.
 
그러나 이런 밝은 전망에도 풍력업계는 울상이다. 7일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만난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 내 이해관계와 평행선 달리기 속에서 업계는 시름만 쌓였다"며 "풍력발전 활성화는 좀처럼 풀기 어려운 방정식"이라고 털어놨다.
 
산업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전력이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는 갈등이 이어지며 풍력발전 활성화가 기약 없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보면, 100만㎾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원별 발전면적은 원전 1기가 33㎡지만 풍력 발전소는 1억6500만㎡였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만드려면 산을 깎고 도로를 낼 거대한 부지가 필요해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100만㎾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별 발전 부지면적(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해상 풍력도 동해는 수심이 너무 깊고 서해와 남해는 해상공원과 수산물 양식장이 많아 발전단지 조성에 제약이 있다. 해상에서 육상까지 송전선을 잇는 것도 과제다. 거대한 탑이 십수기 선 모습에서 오는 위압감과 날개가 돌아갈 때의 소음도 심하다.
 
이에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는 육상 풍력발전의 효율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지영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육상 풍력발전은 지형훼손과 재해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생태계 단절을 초래하지만 국가전력산업 기여도는 매우 낮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만큼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따른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산업부가 업계에 풍력발전 허가를 내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서 점수를 깎고 산림청에서 산지 허용에 대한 규제를 고수하면 사업 인허가가 늦춰지기 일쑤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처 간 갈등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개혁을 외치는 마당인데 풍력발전과 관련된 부처 칸막이와 불통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사업을 위해 서남해에 구축할 해상풍력단지 조감도(사진=한국전력)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도 무작정 환경을 해치자는 게 아니고 환경부도 석탄화석연료보다는 신재생에너지가 더 나을 것"이라며 "산업논리와 환경논리가 부딪치지만 절충안을 찾아 전력난도 해결하고 관련업계도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와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도 있었다. 산업부는 환경부 승인 탓에 발전 허가가 늦어진다고 미루고 환경부는 산업에서 허가를 늦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풍력발전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전력난을 극복할 중차대한 사업이므로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역시 "기존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육상풍력의 필요성을 반영해 새 지침을 마련 중"이라며 "가능한 환경친화적인 풍력발전단지 입지화를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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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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