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1분기 실적이 나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난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어닝시즌이 시작됐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경제 한파, 지속적인 실적 전망치 하향 추세 등으로 실적 강세장이 연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낮아진 눈높이로 지수상승 또한 보장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환율,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 계절적 요인 수혜,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 등이 어느 정도 하방경직성은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선방'..기업이익 예상추정치 '하향세'
8일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1분기 성적을 내놨다. 1분기 잠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8조4000억원, 매출은 53조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평균인 8조458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계절적 비수기와 더불어 실적모멘텀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가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업이익 예상추정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실적개선 가시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MSCI KOREA 기준으로 국내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9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분기대비 약 3조6000억원 하향조정된 수치다. 현재 에너지와 소재, 산업재 등 전통적인 수출주들과 금융업종은 대외 불안 요인이 부각되며 가파른 하향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이번 분기까지 기업들 실적은 대체로 어닝쇼크 수준이었고 2분기 개선신호 역시 그리 뚜렷하지 않다"며 "어닝쇼크가 진정되고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박스권 돌파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 10곳 중 3곳이 시장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8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1분기 실적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상장기업 187개사 가운데 52개사(27%)가 실적이 하향조정되거나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38개사 가운데 49개사(35%)의 실적 감소가 예상됐다.
◇실적가시화 후 주가상승 여력..대내외 변수 '주목'
지수 상승은 실적개선이 가시화되고 난 후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관건은 환율, 물가회복,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양 의지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최근 실적전망 동향이 가파르게 하향조정되며 우려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1분기 실적시즌을 지나며 1분기에 대한 우려보다는 2분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050원에서 1070원의 박스권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2분기 중에는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면서 지수 상승에 우호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주식전략팀장 역시 "연초부터 지수와 기업이익 추정치가 하향조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기업 눈높이에 대한 증권가의 하향조정이 일단락되고, 경기민감주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분위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컨센서스가 워낙 과열돼있기 때문에 실적대비 저평가주를 찾는 것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향후 물가와 환율,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부양책 등 대내외 변수를 살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철강, 화학, 은행 등이 추천업종으로 제시됐다.
박성현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컨센서스가 워낙 안좋다보니 실적 대비 저평가주라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연준이 금리 인상 발언을 하면서 시장이 미리 움직여 하반기부터 물가가 상승하는 패턴으로 간다면 이미 주가상승이 상당히 진행된 유틸리티나 반도체 섹터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