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는 수백억원 규모의 설비 시설 투자에 이어 최근 매물로 나온
한창제지(009460)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한솔제지는 2위와의 격차를 더 넓히려는 '초격차' 전략으로, 무림은 1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다는 모습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에 양사의 역량이 집중됐다.
9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와 무림그룹은 최근 한창제지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 두 기업 외 또 다른 기업이 함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제지업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10.74%)을 비롯한 11개 금융사로 구성된 채권단은 한창제지 지분 43.8%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의 한창제지 지분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50억원~3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3개 기업은 오는 5월 초까지 실사를 거쳐 본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백판지 전문업체 한창제지는 지난해 기준 백판지 시장점유율 8.6%, 고급백판지 시장점유율 36.7%를 기록했다. 지난해 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90% 증가했으며 매출은 1813억원을 기록했다.
고급백판지 시장은 국내 1위인 한솔제지가 깨끗한나라 등과 함께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백판지 시장도 한창제지를 비롯한 5개 회사가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제지업계의 짙은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한창제지에 대해 제지업계는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지업계 불황 속에 그나마 전망이 좋은 백판지 업계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한창제지는 제지업체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매물"이라면서 "다만 한솔이나 무림을 제외하고는 살 여력 있는 회사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1, 2위 간 몸집불리기 경쟁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이들은 수익성 높은 산업용지 설비 시설에 투자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불황을 이겨 내겠다는 각오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쇄용지 중 20만톤을 특수지 10만톤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솔은 약 500억원을 투입해 충남 장항공장의 인쇄용지 생산라인 일부를 개조해 산업용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솔제지는 산업용지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특수지 가운데 감열지 분야로 전환 작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실적 개선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쇄용지는 통상 영업이익률이 2~5% 내외로 저마진과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반면 특수지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안정적인 수요 증가와 13~18% 내외의 고마진 제품이라는 점에서 실적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무림그룹도 서둘러 경남 진주공장의 지종을 라벨지 등 산업용 인쇄용지로 변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림페이퍼는 경남 진주공장에 5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 일부를 일반 인쇄용지에서 산업용 인쇄용지(라벨지와 식품포장용지 등)로 바꿀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