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쳐 백지신탁 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다.
정 예비후보는 9일 열린 김황식·이혜훈 예비후보와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TV토론에서 "뉴욕시장을 12년 재임한 블룸버그는 재산도 저의 20~30배가 되는 것 같다"라고 강조하며 "그분도 (백지신탁) 심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만약 본선에 진출해 박원순 시장을 꺾고 당선이 되더라도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과 현대중공업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견해를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입장은 지난 3월 "제가 시장에 당선된다면 당연히 (백지신탁 관련) 법 절차를 따르겠다"라던 것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 예비후보는 백지신탁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김황식 예비후보의 공격에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김 후보가 회사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응수하며 백지신탁 문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TV토론 직후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앞으로 백지신탁의 사례를 말씀하시려거든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사례가 아니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현대중공업 주식 매각 사실을 인용하셔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등 논란은 확산될 조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취임했을 당시 보유 중이던 현대중공업 주식이 직무와의 연관성이 인정된다는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주식백지신탁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전량 매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 사례를 언급하며 "정몽준 의원은 떳떳하게 백지신탁 입장을 밝히고, 백지신탁에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시장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라고 압박했다.
정 예비후보와 경선을 벌이고 있는 김황식 예비후보도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예에서 나타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정 후보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예비후보는 "정 후보는 미국에 있는 블룸버그 시장을 자꾸 말씀하며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강변하실 게 아니라, 우리나라 백지신탁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는 "정 후보의 백지신탁 논란에 대한 당원과 시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얼마나 큰지 모르신다는 말인가"라면서 "서울시정과 현대중공업의 업무 연관성은 분명히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우리는 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정 후보의 입장 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