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당 안팎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6.4 지방선거 기초 무공천 방침을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기로 승부수를 던지자 새누리당은 아전인수(我田引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가 공약했던 기초 무공천 약속을 자신들이 먼저 파기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안 공동대표가 말을 바꿨다는 식이다.
우선 안 공동대표는 기초 무공천 방침을 철회한 것이 아니다. 안 공동대표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거쳐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기초 무공천이라는 원칙과 소신은 확고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10일 발표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 공천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설령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단행하더라도 그렇게 된 근본적 원인이 새누리당에게 있다는 점을 모른척할 수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기초 무공천 약속을 없던 일로 만든 쪽은 명백히 새누리당이고, 이로 인해 여야가 하나의 선거에서 두 개의 룰을 가지고 '전투'를 벌이는 기막힌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기초 공천 요구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는 9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안철수 대표께서 기초 무공천 고집에서 철수했다"라고 비꼬았다.
(사진=뉴스토마토)
최 원내대표는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회군 결정을 하면서 대통령과 여당 탓만 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며 "기초 무공천이 과연 진정한 새정치인지 현실에 발을 붙이고 깊이 성찰해보길 바란다"라고 훈수까지 뒀다.
반면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안철수 대표의 결단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안 대표의 선택은 '과거로의 철수'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진군'"이라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안 대표의 선택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책임 있는 지도자의 고뇌의 소산이자,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알리는 경종"이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