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필리핀이 요청한 쌀 관세유예 추가 요청을 부결했다. 올해 쌀 관세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필리핀이 요청한 쌀 관세화 추가 면제(5년) 안건을 회의에 부쳤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 태국 등이 관세 유예를 합의하지 않아 관세유예 추가 요청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필리핀은 2011년 11월부터 쌀 관세유예를 연장하는 협의를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쌀 의무 수입량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고 수입 세율도 40%에서 35%로 낮추는 등 각종 파격적 방안을 내놨지만 미국 등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의 쌀 관세유예 부결은 이번이 벌써 6번째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안으로 WTO에 쌀 시장 개방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쌀 관세유예 종료에 대응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News1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에 가입하면서 WTO 가입국과는 관세를 철폐했지만 쌀에 대해서는 2014년까지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매년 쌀 의무 수입량을 2만톤씩 늘리기로 했으며 올해 수입량만 40만9000톤이나 된다.
정부는 9월까지 국익과 국내 피해를 따져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 방침을 정하고 WTO에 우리 입장을 통보하기로 했지만 쌀이 우리 국민의 주식이고 300만 농민들의 수익이 걸린 문제라 섣불리 개방과 관세유예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진동 산업부 세계무역기구과장은 "필리핀이 쌀 의무 수입량을 대폭 늘리는 등 상당한 대가를 제시했지만 결국 추가 요청이 부결된 것은 쌀 관세화 유예를 추가할 때 WTO 회원국의 동의를 얻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