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로 인해 출시일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심화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다소 낮은 가격에 내놓으며 가격에 대한 고민도 더해졌다.
5월은 스마트폰의 홍수로 덮일 예정이다. 각 제조사들의 명운을 건 전략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격, 대격돌을 벌인다.
삼성전자(005930) 갤럭시S5가 먼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팬택의 부활을 가늠할 '베가 아이언2', 소니의 '엑스페리아 Z2' 등 역작들이 줄줄이 출격 채비를 마쳤다.
그간 새로운 스마트폰에 목말랐던 소비자들도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제조사들은 이통사 영업정지 여파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마케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들 "출시일만 기다렸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통사 영업정지 여파를 제대로 맞았다. 이통 3사는 '불법 보조금 경쟁'을 금지시킨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각각 45일간의 영업금지 철퇴를 맞았다.
이동통신사의 영업정지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제조업계가 각자 비장의 무기를 장착한 채 출시일만 손꼽아 고르고 있다.
갤럭시S5가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출시된 가운데 팬택과 소니는 당초 계획보다 출시일을 늦췄다. 스마트폰은 특성상 '출시 효과'가 중요한 만큼 출시일과 통신사에 따라 초기 성패가 좌우된다. 이는 곧 전략적 고민으로 이어졌다.
팬택은 베가 아이언2의 출시일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로 옮겨 잡았다. 아이언2는 팬택이 2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후 내놓는 첫 제품인 만큼 팬택에게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언2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01과 풀HD 디스플레이, 3200mAh 수준의 배터리, 광학식 손떨림보정(OIS) 등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 시리즈 특유의 얇은 금속테두리도 계승했다.
특히 전작인 아이언이 출시일과 가격정책 등에 밀려 예상 외로 고전하며 팬택의 부활 발목을 잡은 터라 이번 아이언2에 거는 팬택의 기대는 간절함, 그 자체다. 이는 두고두고 팬택의 아쉬움을 남았다.
◇다음달 중 출시 예정인 소니의 엑스페리아 Z2(사진=소니코리아)
국내에 2년여 만에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소니도 신중한 모습이다. 당초 지난달 20일 행사를 갖고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이통사 영업정지 등을 고려해 다음달로 출시를 연기했다.
엑스페리아Z2는 5.2인치 풀HD 트릴루미너스 디스플레이와 퀄컴의 2.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01, 안드로이드4.4 킷캣 운영체제(OS), 3300mAh용량 일체형 배터리, 3GB 램 등을 탑재했다.
소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엑스페리아Z2를 자급제 단말기 방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이동통신사 대리점 외의 유통채널을 통해 휴대전화를 구입한 후 원하는 이통사를 선택해서 가입하는 방식이다.
◇갤럭시S5 충격파..타사도 가격정책 '리셋'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전작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면서 다른 제조사들도 가격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갤럭시S5는 86만6800원으로 전작인 '갤럭시S4'에 비해 3만원가량 저렴하다.
갤럭시S5 출시 이전부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가격정책을 예의 주시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구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고마진보다는 물량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이에 눈치를 보던 다른 제조사들도 가격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팬택 관계자는 "갤럭시S5가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것에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소니 관계자는 "가격과 출시 시기는 출시 전까지 변동 가능하다"며 "여러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겨루기 위해서는 갤럭시S5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출시하는 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자구책"이라며 "갤럭시S5 스펙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는 전략 스마트폰들이 어떤 성과를 낼 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사진=삼성전자)
이에 제품 교체 시기를 맞은 소비자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서울 평창동에 거주하는 김정수(28·남)씨는 "약정이 끝나기도 했고, 다른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던 차에 다양한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하니까 어떤 기기를 고를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이승규(35·남)씨는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보조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보다 기술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드된 제품을 사용하려고 지금 사양을 두루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와 팬택뿐 아니라 6월 이후에는 애플의 '아이폰6',
LG전자(066570)의 'G3',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 등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