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경기침체에 예상을 빗나간 날씨까지 겹치며 1분기 패션업체들의 실적은 그야말로 사상 최악을 맞을 전망이다. 혹한이 예상된다는 당초 관측과는 달리 따뜻한 겨울날씨가 이어진데다 이상 고온현상으로 봄 특수 마저 실종되면서 재고와의 전쟁을 치르며 1분기가 마무리 됐다.
여기에 국내 패션업체들의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리는 중국 경기마저 크게 둔화되면서 내·외부적인 영업환경 모두 녹록지 않았던 상황도 크게 작용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둔화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역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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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패션(093050))는예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남성복과 여성복 매출이 부진했고, 사명 변경과 관련한 비용까지 소요되면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재고소진을 위한 판촉비가 늘어난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사업 역시 적자가 지속되면서 여전히 실적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다.
베이직하우스(084870)의 경우 중국 매출이 이미 국내를 추월한 만큼 1분기 실적을 좌우할 포인트는 중국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춘절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특히 2월 매출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직하우스 내부에서도 중국 내수경기의 구조적인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을 정도다.
베이직하우스 중국사업 부문 관계자는 "1분기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판매 둔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소비심리 악화 요인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추이를 지켜본 이후 구조적인 성장 둔화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 컨템포러리 강자인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경우 소비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고가 브랜드 매출은 호조세를 보였지만 아웃렛 등과 같은 저가채널 판매비율이 늘면서 실질적인 수익구조는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섬(020000) 역시 신규 수입브랜드를 대폭 강화하면서 컨템포러리군 매출은 양호하지만 인건비 부담, 아웃렛 판매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거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복이 대부분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기온에 따른 매출 변동성이 큰 업체들이라 예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봄 의류 매출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예상보다 해외직구 여파는 크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OEM(주문자 상표부착) 업체인 영원무역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작년 대비 20%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시현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진율이 높은 유럽지역 오더가 늘어난데다 미국지역 역시 한파 영향으로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상당한 수혜를 봤을거란 분석이다.
올 초 주요 생산기지인 방글라데시의 최저임금 급등으로 원가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신규 고객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인건비 상승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했을 거란 설명이다.
휠라코리아의 경우, 미국법인의 성장과 로열티 수입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성장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중저가 SPA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된데다 직구 등 합리적 소비패턴이 확산되면서 내수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결국 경쟁심화로 인한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 그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부분 부진한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번 1분기는 지속된 경기 침체보다는 기온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반적인 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