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대토론회)노환규 “정부가 의료기관 편법 부추겨..수가 현실화시킬 것”

의료개혁토론회서 현 보건의료제도 거시적 문제 의견 제시

입력 : 2014-04-16 오후 3:01:43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그간 원가에 못 미치는 ‘엄청나게’ 저렴한 건강보험수가(원가의 약 70%선으로 알려짐)로 인해 병원은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늘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해야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37년이나 지속된 비정상적인 건강보험제도는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의사들도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그랜드 스테이션에서 열린 <뉴스토마토> 주최의 의료개혁 대토론회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현황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이 같이 발제하고, 현재 의료제도에 대한 거시적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6일 의료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의료현황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향’ 주제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먼저 노 회장은 정부의 저수가 중심의 건강보험정책으로 인해 편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은 OECD 평균의 1/3에 못 미친다. 의료이용률은 2배인데 인력은 1/3에 못 미치니 단순계산으로는 보건의료 인력의 노동강도가 OECD 평균의 6배인 셈”이라며 “진료가 안전할 리 없다. 게다가 의사 인력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 혹은 심지어 무자격자에게 의사의 업무를 하도록 해 위험한 진료를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즉 저수가에 따른 병원경영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법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병원이나 동네병원 할 것 없이 박리다매 의료로 인한 과도한 진료나 수술 등 의료왜곡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정확한 진료를 위해 필요한 최소진료시간은 15분이며 경우에 따라 30분 이상의 진료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2시간대기 3분 진료는 이미 보편화돼 있고 1분 이내의 진료를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심지어 3명의 환자가 동시에 진료를 받는 진풍경도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진료시간이나 진료의 질을 평가하지 않고 진료 단위당 값싼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가 만들어내고 있는 비극”이라면서 “어쩔 수 없는 박리다매 진료는 불성실 진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오진이 발생하는 경우 곧바로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수가 정책은 비급여 진료라는 편법을 확대시키고, 이는 환자의 총 치료비 부담을 가중시켜 가정의 재정파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대형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의 경우 병상 하나당 연간 1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다. 중환자실 보험수가의 원가보전율은 50%, 응급실의 경우 원가보전율은 40~80%에 불과하다.
  
병원은 이렇게 발생하는 손실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MRI 등 고가검사, 로봇수술 등 고가시술, 그리고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등 각종 비급여 진료항목을 늘림으로써 보험진료를 통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충하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하는 항목 즉 보험이 해당되는 급여항목의 환자측 부담률은 입원의 경우 5~20%에 불과하지만 보험이 해당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환자 부담률은 100%다. 즉, 보험수가가 낮을수록 병원은 환자에게 비급여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환자의 총 치료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노 회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의료비를 내느라 가정이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발생비율 즉 재난적 의료비발생률이 우리나라가 34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라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결국 의료비 부담이 염려되는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면서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의 숫자만 2900만명이 넘어섰다. 세금처럼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와 달리 대다수 국민은 이 이중지출을 아깝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손대지 않고 코를 푸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즉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려면 국민적 저항이 불가피한데 국민으로부터 조금만 걷고, 의료기관에는 조금만 지불하며 부족한 부분은 국민이 내도록 하고 불안하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보험에 들라는 식이라는 것.
 
노 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일회용 내시경포셉을 병의원에서 재사용하는 것에 대한 언론 보도도 언급했다.
 
그는 “일회용 내시경포셉을 병의원에서 재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며 “시술비용은 8620원인데 일회용 내시경포셉의 가격은 2만3000원이기 때문이다. 손해나는 일을 누가 하겠는가. 이것이 값싼 의료를 강요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실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정부의 비윤리적 진료의 강요에 오늘도 신음하고 있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이제는 37년이나 된 비정상적인 건강보험제도를 국민과 정부 그리고 의료계가 함께 바로잡을 때”라면서 “이중 지출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를 줄이고 건강보험료와 보험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정부는 비정상적인 건강보험제도를 정상화시키려는 의사들의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며 이를 외면하는 경우 전에 없던 사상최대의 의료대란을 반드시 겪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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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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