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임효정기자] 다음주부터 시중은행장들이 줄줄이 가두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금융사기 피해예방 홍보 대책을 마련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은행들은 부랴부랴 행장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업권별 협회에 가두캠페인 등 금융사기 피해예방 홍보 대책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영업점 은행원들이 출퇴근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등에서 가두캠페인을 진행하게 된다. 이외에도 영업점 내부 포스터나 LCD화면을 통한 홍보도 해야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홍보 기한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말까지"라며 "관련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은행의 소비자보호 전담 부서로 보냈다"고 말했다.
금감원 등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을'의 입장인 은행은 최근까지 금융사기예방이나 신뢰도 회복을 위한 가두캠페인 및 직원결의대회를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일정을 잡고 있다.
은행장들도 은행별 금융사기피해 예방 홍보행사 전면에 나올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전담 부서에서 세부 계획을 짜고 있다"며 "은행장이 가두캠페인을 나가는 방향으로 일정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은행장이 줄줄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괜히 직원들만 내보냈다가는 '잘못은 경영진이 하고 책임은 직원들이 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행장급 임원이 나가야하지 않겠나"며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사고가 덜한 은행들은 타 은행들의 홍보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앞세워 과도한 압박을 가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날에도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10개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사고가 잦은 회사들은 상시 감독하겠다며 경고했다.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한 금감원은 제대로 책임을 지지도 않고 '을'의 입장인 금융사에게만 엄포를 놓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당·부실대출을 못 막은 은행들이 금융사기를 예방하자고 캠페인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전면에 앞세우면서 괴이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10개 시중은행장들을 모두 소집한 자리에서 앞으로 대형사고가 잦은 금융회사에 검사 인력을 상주시키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회사를 밀착 감시하겠다고 밝혔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