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보건의료제도 괜찮냐구요? 절대 아닙니다."
의료계고 시민단체고 할 것 없이 의료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단, 건강보험료와 수가 인상, 의료인들의 근무환경 등 현재 빚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16일 오후 2시 여의도 렉싱턴 호텔 15층 그랜드 스테이션에서 개최한 '보건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물음에 대해 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가졌다.
1세션에서는 전현희 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현황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향 제안’이란 주제로, 올해로 37년을 맞은 현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을 제시했다.
노 회장의 발제 직후 각계 전문가들이 격론을 벌였다.
◇"의료는 수단이 아니다"..의료체제 개편 '절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는 비효율적인 의료체계에 대한 개편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의원이 보유한 병상의 절반 이상은 비어있 이는 고스란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원가로 반영되는 등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와 일반 의원이 역할을 나눠서 제한된 경쟁이 가능토록 구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의료를 수단 여겨서 생기는 왜곡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시스템 아무리 적절히 바뀐다한들 생명 윤리에서 벗어난다고 하면 그게 무엇이든 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리다.
◇뉴스토마토가 16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보건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뉴스토마토)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상근변호사는 정부를 집중 비판했다. 그는 "현재 보건의료제도 안좋고 앞으로도 더 안좋아질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김 변호사는 "재정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건 일차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4대 중증질환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공약 이행은 언제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사들이 받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이후에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도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민간보험에 지불하는 돈을 건강보험료로 돌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일반 재정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금액은 16~17% 수준이다. 따라서 그는 "현재 법 기준과 4%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원 이상"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수가 둘러싸고 이해관계 대립.."근본접근 필요"
이날 다소 민감하게 여겨지는 수가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김윤 주임교수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는 의료체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진료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병원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수가가 높은 비급여 진료에 집중하는 등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가가 적정수준으로 올라오면 국민들이 불필요한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의료보험 인상에 대한 국민 저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적인 오류도 지적했다. 그는 "양심적으로 진료하면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고 편법을 부려야만 생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의사·좋은 병원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전현희 전 민주당 국회의원,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 장성인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상근 변호사,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왼쪽부터)전현희(사진=뉴스코마토)
나영명 정책실장은 "병원 입장에서 보면 수익의 원천이 수가이고 이게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경영이 달라지고, 수가가 오르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나 실장은 이어 "히지만 건강보험금만으로 충분치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민간보험에 따로 가입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가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환규 회장은 "저수가를 이유로 의사들이 여러 편법을 자행했고 정부는 이에 대해 눈감고 방치했다"며 "이를 그대로 두고 수가만 올리는 것은 협회가 추구하는 목표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험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수가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등수가제를 폐지해야하고, 의사들이 원하는 만큼 수가가 현실화된 후에는 차등수가제를 강화해아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김종보 상근변호사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 비해 우리 국민들의 건강상태가 나쁜 원인이 저수가 정책에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저부담·저수가·저보장인데 이걸 어떻게 적정수준으로 올릴 것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없이는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전현희 전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큰데 건강보험료 더 내라는 것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문제이고, 의료계에서는 수가 등이 비현실적이어서 왜곡된 게 많다"며 "어디에서 간극이 발생했는지 살펴보면 결국 의료제도 때문이므로 이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