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 연구소장이 16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2014 의료개혁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글로벌 톱클래스 제약사의 탄생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삼상실험 절차와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 연구소장은 16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2014 의료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 세개 부처 이상이 힘을 모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최고수준의 신약 10개를 개발하는 등 2020까지 세계 7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탁상공론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한 현장의 개탄으로 풀이된다.
권 소장은 "국가 2020 아젠다로써 글로벌 50위 안에 10개 이상의 신약을 개발한다는 목표가 달성되려면 적어도 다양한 곳에서 이미 임·삼상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결국 엄청난 (정부의) 인풋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많은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임·삼상 실험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빠른 속도로 일을 해내도 그 이후 시험 과정에서의 속도 차이 때문에 시장에서 성패가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소장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전달했다.
그는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국내 상위 제약사 중 하나지만 여전히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실험 수준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며 "제약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이상을 달성하려면 정부가 위험 부담을 기업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인프라가 달성되고 일자리 역시 창출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제약사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라이센스 획득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것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다시한번 역설했다. 또 "이곳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신약을 개발하고도 글로벌 시장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아울러 권 소장은 정부의 낡은 규제와는 달리 국내 제약사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을 하다보면 예전에는 그들이 갑의 위치였지만 최근에는 입장이 역전될 때도 있다"며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또 제약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힘을 실어 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제약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 때문에 국내의 우수한 인재들이 이 분야를 직업으로 택하길 꺼리게 했다"며 "제약산업은 가장 전망이 좋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시장이 형성돼 있는 만큼 이제 긍정적인 부분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