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의 다솜, B1A4의 바로, 시크릿의 한선화(왼쪽부터) 등 아이돌 스타들이 TV 드라마를 통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KBS, 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아이돌 스타들이 TV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 SBS ‘신의 선물-14일’엔 시크릿의 한선화와 B1A4의 바로가 출연하고 있고, KBS ‘사랑은 노래를 타고’엔 씨스타의 다솜이, KBS ‘참 좋은 시절’엔 2PM의 택연이 출연한다. 이들은 전문 연기자 못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바라보는 연예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이 있기 때문. 그 이유가 뭘까.
◇아이돌 전성시대..신인 배우 설 자리가 없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들의 연기 도전이 활발해진 뒤 소속 신인 배우를 드라마에 출연시키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일부 대형 기획사의 신인 배우 외엔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이 인지도가 높고 드라마 마케팅에 도움이 될만한 아이돌 스타들을 선호하는 탓에 신인 배우들이 오디션 등을 통해 배역을 따낼 확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새 여배우 기근이라고 하는데 아이돌들의 연기 진출이 한 가지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20대 초반의 배우 중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가 거의 없지 않냐”며 “신인이라도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를 자꾸 잡아야 얼굴을 알리는데, 그러질 못하다 보니 크질 못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드라마계에서 각광을 받는 20대 초중반의 배우인 수지, 아이유, 윤아 등은 모두 가수 출신이다.
◇연기 유망주들, 가요 기획사로 몰려
신인 배우들로선 대중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그러면서 연예인 지망생들이 선호하는 기획사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끼 많고 연기력이 비교적 괜찮은 배우 지망생들도 배우 기획사보다 오히려 가요 기획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연기자가 최종 꿈이더라도 가수로 데뷔한 이후 연기 활동을 할 수 있는데다가 연기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에도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일단 다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이돌들의 연기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대부분의 가요 기획사들은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연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SM, YG 등 대형 가요 기획사들이 최근 들어 연기자 파트를 강화하는 추세라 연기자 지망생들에게도 가요 기획사가 인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배우 기획사들은 신인 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 기획사의 대표는 “신선한 얼굴을 찾아 데뷔시키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계약을 맺을만한 20대 후반과 30대의 배우들은 많은 편인데 20대 초반의 신인 배우들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들의 연기 도전 바라보는 배우들의 시선은?
배우들로선 아이돌들이 밥그릇을 뺏아가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아이돌들의 연기 도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배우들은 별로 없었다. 대신 조건이 따라붙었다.
한 베테랑 배우는 “요즘은 끼가 많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 아이돌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며 “다만 확실히 준비가 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연습도 안 된 상태에서 재미삼아 잠깐 하고 말 거면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랜 무명 시절을 딛고 스타의 대열에 오른 한 배우 역시 “배우의 입장에서 그들의 도전을 안 좋게 볼 이유는 없다. 배우들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아이돌 탓으로 돌리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하지만 아이돌들이 연기자로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들의 드라마 출연은 배우로서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