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세월호 침몰 초기에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들이 이미 선박 브리지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애초부터 승객들에 대한 구호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피 방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교신내용과 대피지시를 내렸다는 이준석 선장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20일 해양경찰청과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공개한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세월호간의 교신내용, 앞서 공개된 제주 VTS와 세월호간의 교신내용을 종합해보면 세월호가 첫 좌초 상황을 신고한 것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55분이었다.
세월호는 이 때 "해경에 연락 해달라. 본선 위험하다. 지금 배 넘어간다"고 제주 VTS에 알렸다.
이후 오전 8시58분부터 1분간 오간 교신에서 현재 상황을 묻는 질문에 세월호는 "현재 선체가 좌현으로 기울었다. 컨테이너도 넘어갔다"고 보고했고 인명피해가 없느냐는 질문에 "현재 확인 불가하다. 선체가 기울어져 이동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시키고 퇴선을 준비하라"는 제주 VTS의 지시에도 "사람들 이동이 힘들다"고만 말했다.
제주 VTS에 이어 오전 9시6분부터 진도 VTS와 시작된 교신에서도 세월호는 "침몰 중이다. 해경을 부탁한다"고만 요청하고 승객들에 대한 탈출지시 여부는 보고하지 않았다.
오전 9시14분 교신 당시 진도 VTS 연락을 받고 달려온 선박이 세월호 주변에 대기하면서 "승객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고 했지만 세월호는 "지금 배가 많이 기울어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분 뒤인 오전 9시17분 교신에서 세월호는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선원도 라이프자켓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한 상태이고.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서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빨리 와달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최초 사고보고 27분 만에 이 선장 이하 세월호 승무원들 대부분은 브리지에 모여 있었다.
침몰이 임박한 절대절명의 상황이었지만 세월호 승무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탈출을 위해 물이 늦게 차는 브리지 부분에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위기 상황시 각자 위치에서 승객의 안전과 배를 보호해야 하는 각자의 임무를 완전히 저버린 것으로 위기사항 대처 매뉴얼이나 관련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또 앞서 오전 8시28분 교신 내용에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세월호의 답변에 미뤄보면 이 선장 이하 승무원들은 최초보고 이전에 이미 브리지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보고 이전에 브리지에 모여있지 않았다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교신은 거짓인 셈이다.
게다가 제주 VTS와 진도 VTS에서 연이어 승객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탈출을 지시했으나 세월호는 이미 최초 좌초보고 시점 당시부터 "확인이 불가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앞서 이 선장은 검찰에 구속되기 전 기자들에게 "승객들에게 탈출을 지시했다"고 했으나 거짓말을 한 것이다.
오전 9시23분 인근 선박이 세월호에 접근해 "탈출하면 즉시 구조하겠다"고 진도 VTS를 통해 알렸는데도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도 거짓말로 확인됐다. 오전 9시37분 침수상태를 묻는 진도VTS의 질문에 세월호는 "확인 불가다. 승객들은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을 시도 하고 있다. 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 교신을 끝으로 세월호와 진도VTS와의 교신은 끊겼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진도VTS와 해군 명왕성호가 교신을 시도했으나 세월호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교신이 오가는 동안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객실 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대기만 하고 있었다.
이후 오전 10시15분쯤에 끝까지 남아 있던 아르바이트 승무원 故박지영씨의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그 때서야 배를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이 선장과 세월호 승무원 일부는 구조선을 타고 뭍에 도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