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칠일째를 맞았지만 생존자 소식을 들리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만 더해가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부실한 안전점검과 승객의 안전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했던 사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사진=해수부)
◇세월호 안전점검, '겉핥기식' 진행
선박안전법을 보면 여객선은 안전검사를 받을 때 선체와 기관 검사항목 중 '해상 시운전'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는 2개월 전 한국선급으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해상 시운전'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다에 띄워보지도 않고 합격 판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선급은 세월호를 바다에 나가지 않은 채 정박한 상태에서 엔진 출력 등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명벌(구명뗏목) 검사도 서류 확인만 확인하고 '적합' 판정을 내주는 등 겉핥기식 안전점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에는 1개당 25명이 탈 수 있는 구명벌이 46개나 달려있었지만 2개만 정상으로 펴졌다. 구명벌이 3m이상 침수되면 자동으로 펴져야하지만 이 역시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한국선급은 2월 검사 당시 세월호의 구명벌 46개 중 44개에 대해 '안전' 판정을 내렸다. 2012년 12월24일 실시한 안전검사에선 구명뗏목 46개를 전부 검사한 뒤 안전 승인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겉핥기' 검사가 가능한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해양수산부로부터 검사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한국해운조합과 함께 해수부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였던 것.
실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이 해수부 출신이 독점하고 있었다.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질 리 만무한 것이다.
특히 해수부는 여객선의 지도·감독 권한을 해운조합에 맡기는 데, 이사장이 해수부 출신 선배이기 때문에 감독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이번 세월호도 마찬가지로 화물적재량을 500t이나 적게 기재했음에도 확인없이 출항을 허가했다.
◇승객 안전보다는 '돈벌이'에만 급급
수 많은 승객들을 그대로 둔 채 탈출했던 세월호 승무원들은 평소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은 승객 안전은 뒷전이었고, 돈벌이에만 급급했다. 한 마디로 '안전불감증' 기업이었다.
청해진해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해 선원들 안전 교육비용으로 쓴 돈은 고작 54만1000원. 1인당 4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접대비로는 112배인 6057만원을 지출했으며, 광고선전비 명목으로는 2억3000만원을 사용했다.
열악한 처우와 급여가 승무원들의 근무 태도를 훼손시켜 참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해진해운 전체 승무원 중 절반 이상, 선박직 15명 가운데 9명은 6개월~1년짜리 단기 계약직이었다.
위기 발생 시 선내에서 인명 구조 상황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이준석(69) 선장은 1년 계약직이었고, 선장의 손과 발이 돼야 할 조타수 3명도 모두 6개월~1년의 계약직이었다.
청해진해운은 매출에만 주력한 정황도 포착된다. 승객을 많이 태우기 위해 무리하게 세월호 객실 증축을 했고, 여기에 모자라 사고 당일 과적 운항을 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세월호는 선실을 증축하는 개조로 무게중심이 높아진데다 화물은 많이 싣고 평형수를 충분히 채우지 않아 선체 복원력이 낮은 상태에서 급선회 때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해진해운, 화물수입 '집착'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 원인으로 화물 과적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화물운송 수입이 최근 몇년간 급증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 스코어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청해진해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화물 운송에 따른 수입이 지난해 194억원으로 4년간 71% 급증했다.
반면 여객 운송에 따른 수입인 운송수입은 지난해 125억원으로 4년간 28% 넘게 줄었습니다. 총 수입 중 화물 비중이 61%에 달했다.
지난 2009년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화물수입 비중은 39.5%였지만 2011년부터 화물수입 비중이 더 많아졌고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특히 세월호가 운항된 첫 해인 지난해 운송수입은 한 해 전보다 7억여원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화물수입은 51억원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으로 여객선 이용자가 줄어들자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운임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물 부문에서 매출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 과적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