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친러계 동부 시위대를 보호하려는 러시아와 그들을 '테러집단'으로 여기는 우크리아나 간에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슈퍼파워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면 지역분쟁이 세계대전 양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사개입 '시사'..국경에 병력 4만명 배치
우크라이나 정정불안이 심화됐다. 러시아가 주민 보호를 명분 삼아 우크라이나 본토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정부 진압대가 동부 지역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친러계 5명이 사망했다.
러시아는 이를 러시아 연방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주민 보호 차원에서 군사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군사적 압력을 가한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주시할 것이며 거기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인 국경 부근에 러시아 군용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로써 지난 17일에 마련한 제네바 협정은 효력을 잃게 생겼다. 당시 우크리아나,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4자는 평화적으로 사태를 수습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이후 우크리아나 본토와 국경을 침범하지 않겠다던 서방과의 약속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집결한 러시아군 병력이 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군용차량과 탱크를 운영하는 기계화 보병도 국경 부근에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계획했던 훈련을 이행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나, 서방측은 이를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공식 성명에서"러시아는 제네바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는 또 러시아의 최근 행보를 방해(distraction), 속임수(deception), 탈안정화(destabilisation)란 세 단어로 요약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가 동부지역 분리주의자들을 암암리에 도와주면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협하고 급기야는 전쟁마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 불안 동유럽으로 확산..美, 발틱지역에 군사 600명 투입
케리의 말처럼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유럽 일대가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과 구소련 출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면 2차 세계대전 양상으로 상황이 급반전될 수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과 러시아의 이념대립이 종식되고 힘의 균형도 한쪽으로 기운 상태이나, 전략적 요충지인 동유럽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공방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에게 동유럽은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핵심 거점이고 러시아에 동유럽은 외부의 위협을 막아주는 범퍼와 같은 존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안보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미 173공수여단 군인(왼쪽)과 라트비아 군인이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은 지난 22일 미 173공수여단 150명을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 각각 배치하기로 했다. 해당국 군 병력과 연합해 동유럽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발틱에서 진행된 나토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폴란드에 전투기 12대를,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전투기 2대씩을 보내는 등 군사 지원을 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맞서 동유럽 방어력을 높이는 한편, 러시아 추가 제재 카드도 고려 중이다. 군사·경제적 압력 수위를 높여 우크라 본토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제네바 합의를 이행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며 "추가 제재를 적용할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면전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나 높아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