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통곡의 바다..애끓는 절규만 가득한 팽목항

입력 : 2014-04-25 오후 7:32:1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앵커: 여객선인 세월호가 침몰한지 열흘이 됐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오늘까지 구조를 마쳐달라고 요구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망연자실 자녀들이 숨진 바다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진도 현장에 다녀온 임애신 기자와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임 기자, 그 곳 상황이 어땠나요?
 
기자: 사고 발생 이틀째인 17일 내려가서 어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일주일 간 사고 현장에 있었는데요.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목요일 저녁,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이날 비를 동반한 돌풍이 진도를 강타했습니다. 그곳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정부 관계자, 그리고 취재진까지 모두 춥다는 말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물 속에 갇혀 추위와 사투를 버리고 있을 승객들 때문이었습니다. 재난사고는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단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상황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 작업하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고며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에 빠른 구조를 요구했는데요. 해경은 이렇다 할 구조 대책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합동대책본부가 구조 의지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살아있는 사람을 구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신을 수습하려고 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사고 당시 배에서 구출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실종자 중 단 한명도 구조되지 못했어요. 수색이나 구조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다던데 무슨 이야기인가요?
 
기자: 우선 수색에 있어서 강한 조류와 기상 여건이 구조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잠수부가 구조를 하러 들어가도 손목시계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시거리가 좁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차후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민간잠수부들을 수색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과거 천안함 등의 사고가 있을 때에도 민간잠수부들은 생업을 제치고 버선발로 뛰어와 구조를 함께 했습니다. 순수 봉사인겁니다. 이번에도 이들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진도로 달려왔는데요. 이들은 경비정을 타고 바다에 나가기는 했지만 수색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침몰 현장에 데려다주지 않고 그곳에 방치한 것인데요. 바다에 있던 잠수부들은 그날 밤 물속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어선을 빌려 타고 들어와야했습니다. 다음날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물 속에 한 번 들어갔고, 그 다음날에는 정부가 바다에 데려다주지 않아서 자비를 들여 배를 몰고 나가야했습니다. 결국 민간잠수부들은 제대로된 수색 한 번 못해보고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아울러 잠수부들이 줄을 타고 내려가는 가이드라인도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이 돼서야 설치됐습니다. 해경은 가이드라인과 구조인력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며, 여러명이 들어갈 경우 선이 꼬이거나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하지만, 잠수부들은 세월호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변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계속 물에 떠있는 시신을 수습하다가 실제로 배 안에서 수습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지 5일 후라고하죠. 왜 이렇게 지연된건가요?
  
기자: 범정부합동대책본부의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대책본부는 탑승자수가 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게 오후 9시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객들이 3층 식당칸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집중 수색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칸 진입에 성공한 것은 지난 20일, 사고 발생한지 5일 만입니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식당칸에서 단 한 구의 시신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부분 다인실에 모여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색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식당칸에 아무도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텐데요. 구조를 할 때 배 유리창을 특수 망치로 깨서 들어가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유리창 밖으로 유실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동시에 대책본부의 사고 파악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다이빙벨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마치 종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다이빙 벨은 잠수부들이 오랜 기간 물속에 머물며 사고 현장에 접근해 수중작업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입니다. 안전성 등의 문제로 투입 허가를 하지 않았던 해경이 실종자 가족들의 뜻을 받아들여 투입키로 했습니다.
 
앵커: 시간이 흐르면서 사망자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심정이 말이 아닐 것 같아요.
  
기자: 팽목항은 구조자 사망자가 들어오는 곳인데요. 사고 발생 일주일째가 되자 이곳은 사망자들 사후처리에 사용되는 약품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으로 버텼던 유가족들은 시신으로 돌아온 가족을 보며 오열했습니다. '왜 이러고 있니, 눈을 떠봐",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라고 절규하는 유가족들 곁에서 자원 봉사자들과 취재진들은 눈물조차 보이기 조심스러웠습니다. 주머니에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정확한 신원 파악이 힘듭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의 경우 비슷한 복장을 한 경우가 많아서 구분이 더 어려웠는데요. 따라서 시신이 질못 운구되는 일도 몇 차례 발생했습니다. 일부 유가족들은 부검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에 일주일 정도 있었음에도 별다른 훼손 없이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인데요. 익사를 한 것인지 구조를 기다리다 산소가 부족하거나 체온이 떨어져서 사망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만약 익사가 아닐 경우에는 늦은 구조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세월호 사고 후 전 국민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이번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승선객들은 외면한채 선장과 직원들이 제일 먼저 탈출하면서 전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고, 유병언 일가와 구원파가 문제시되고 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도 이들을 지목하면서 마녀 사냥식의 여론몰이가 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을 강조하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박 대통령도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초동대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부족함을 인정했습니다. 올해 재난관리 예산과 해상사고방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안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책임질 사람을 책임지게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 모든 책임은 박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죠. 끝까지 남아서 승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들과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승객들은 무엇을 위해 희생되었나, 정부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나 되짚어봐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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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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