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 기자] 야권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야권은 그간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며 대응을 자제해왔으나, 정부의 무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박 대통령이 '한 점 의혹 없이 조사해 관련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국정운영 최고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는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들께 그나마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다. 국정운영 최고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대표는 기자회견 직전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무책임한 자세이자 비겁한 회피"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우선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진실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왼쪽부터)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News1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회(여객선 대책위)'도 이날 처음 공개회의를 갖고, 현 정부의 무능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여객선 대책위는 그동안 열린 십여차례의 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해 왔다.
우원식 대책위원장은 "끔찍한 재난 앞에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정부가 죄를 덮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초기 진도해양관제센터(vts)가 교신 내용 미공개와 교신내용의 편집 의혹, 그리고 사복경찰의 유가족 감시 의혹 등을 거론하며 "구조보다 통제, 국민보다 정권이 우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주부터 국회는 관련 상임위를 열어 진상을 엄정하게 따지고,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안산지역 국회의원 3명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에 정부가 즉각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천호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상무위원회에서 "재난관리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입장 발표를 들으며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을 떠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천 대표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통령 보위와 면피를 위한 사퇴"라고 일축하며 "구조작업이 완료된 이후 전면개각이 단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 우선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단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 바꿔, 정부 혁신과 사회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정부의 무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정치권 구성원으로서의 반성의 뜻도 내비쳤다. 동시에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안철수·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정부의 무능을 탓하기 전에 정부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국회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4월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비롯한 현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겠다. 또 다른 세월호 참사와 비극을 막기 위한 범국민적, 범사회적 논의와 함께 인식이든, 제도이든, 관행이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모두 개혁하고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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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비록 작은 당이지만 우리 정치의 한 구성원으로서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지켜야 하는 진보정당으로서, 오늘의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을 철저히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대한민국이 지혜와 힘을 모을 때"라며 정부여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