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지갑족·거울보는 남자가 뜬다

통계청, 불황에 뜨는 '블루슈머10' 발표

입력 : 2009-03-1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불황 속에도 희망은 있다. 지난해 4분기 소비가 전년보다 4.4% 줄고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3% 이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IMF당시처럼 무조건 안 쓰고 안 먹으면서 허리띠 졸라매던 시대는 지나갔다.
 
'똑똑한 지갑족'과 '거울보는 남자'들이 뜨고 있다.
 
경기는 어려워도 만족스런 가격과 효용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소비자들과 '외모는 곧 상품'으로 취급되는 세상의 젊은이들을 이용한 상술이 불황을 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10일 '국가통계에서 찾아낸 2009 블루슈머 10'을 발표하고 '불황 속 희망의 코드 읽기' 등을 주요테마로 10가지 블루슈머(경쟁자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를 선정해 발표했다.

◇ 똑똑한 지갑족
 
통계청 '소매판매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내수시장에서 내구재(승용차 등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 판매는 전년보다 10.3%나 줄고 준내구재(1년 이상 사용 가능한 비교적 저가의 개인용품) 판매도 같은 기간 동안 7.7% 감소했다. 
 
내구재를 새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줄었지만 대신 중고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대폭 증가했다.

옥션 중고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년대비 거래액 증가폭은 104%였다가 10월 104%, 11월에 256%로 상승, 12월에는 무려 600%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유아침대 대여 서비스의 경우 매달 10% 이상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똑똑한 지갑족은 불황에도 문화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 영화에만 적용되던 조조할인이 최근 문화센터 강좌, 연극 공연 등에도 적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어 오전 11시에 공연하는 '브런치 오페라'가 서울 예술의 전당 등에서 성공을 거둬 대구 예술의 전당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 U-쇼핑시대
 
지난해 전자상거래규모는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629조967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GS인터넷슈퍼는 지난 한 해 동안 전년보다 23.3% 매출이 증가했고, 롯데마트에서 운영중인 '인터넷 장보기몰'도 지난 12월 매출이 55%나 늘었다.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할 수 있고 불경기에 따른 가격 경쟁력 이점 등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상거래는 급성장하고 있다. 야채·생선과 같은 신선식품까지 신속하게 배달되면서 인터넷 슈퍼는 바쁜 맞벌이 부부들의 '장보기'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 내 나라 여행족
 
'인트라바운드(국내관광) 여행족'도 뜨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수는 지난해 전년보다 10% 감소했지만 국내여행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행사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11월 동안 국내여행자수는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국내 여행상품 거래 건수도 지난해 하반기 거래가 상반기보다 무려 81.3% 증가했고 당일테마 여행 상품 판매량은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119%나 급증했다.
 
이렇듯 국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 아이템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럭셔리 스포츠카 대여업, 9900원 1일 바다여행 상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백수 탈출
 
취업준비생이 56만명에 이르고 구직단념자도 전년보다 4만명 급증한 16만명을 기록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관련 사업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적성,인성과 직무적성 검사 전문업체, 면접대비를 위한 이미지 컨설팅, 프레젠테이션 능력 향상을 위한 스피치 학원 등에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창업지원 관련 업종도 성장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1인 창조지식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인 기업을 위한 장소 대여업, 사무용품 대여업과 공동비서업부, 보안 업종도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프리랜서들의 일자리를 중개해주는 업무중개업도 주목할 만한 고용관련 사업 아이템이다. 

◇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
 
불임부부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불임치료와 예방 관련한 사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불임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5년 13만995명, 2006년 14만9369명, 2007년 16만4583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불임 방지 요가 클래스, 불임 여성을 위한 다이어트 상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밖에 불임 방지 의자, 불임 방지용 남성 속옷, 체온 및 배란일 측정기 등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또 각종 공해나 스트레스가 불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에 따라 친환경 황토찜질방, 도심 내 산소웰빙카페 등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거울보는 남자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열풍으로 거울보는 남자 '그루밍(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족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기에 외모가 '신체적 자산'이라는 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2008년 '사회조사' 에 따르면 15세~24세 남자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문제 중 '외모'가 9.9%로 공부, 직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2006년 조사보다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3.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남성화장품 시장은 2005년 4000억원에서 2008년 6000억원 규모로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옥션의 경우 최근 1년간 남성 화장품 고객이 지난해 보다 30% 증가했고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도 37%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남성전용 BB크림, 눈썹 정리를 위한 눈썹 펜슬, 눈썹 에센스, 나이트 마스크팩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몸매보정 속옷을 찾는 남성도 늘어나 남성용 복대, 가슴 패드, 엉덩이 보정 팬티 등을 찾는 남성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 나홀로 가구
 
나홀로 가구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1995년에 1인가구는 164만 가구에서 2009년 342만 가구로 14년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부터 20%를 넘어서 통계청은 2030년에 국내 1인 가구가 471만 가구 (23.7%)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싱글산업도 덩달아 번성하고 있다. 싱글산업은 맞춤형과 소형화가 특징이다.  이에 따라 1인용 소파, 소파 베드가 인기를 끌어 2~3년전보다 40% 정도 매출성장을 보이고 있다.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주택 '미니 아파트'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서울시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직장인, 독신여성, 학생, 전문직 종사자 등 1~2인 가구에게 적합한 '미니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며 향후 10년동안 18만채의 미니아파트를 공급한다.
 
독거노인도 늘면서 노인 돌보미 시장이 2010년 1조691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에 방문시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해 가족들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추가해 인기를 끌고 있다. 
 
◇ 녹색 세대
 
이른바 G(Green)-generation으로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에코맘(Ecomom, 가정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주부들을 일컫는 신조어)처럼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 실천을 하는 소비계층이다.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에너지 절약 제품 등 탄소배출량이 적은 상품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의 지난해 10월 자전거 매출액은 2007년 같은 기간보다 91%나 늘었다.
 
정부도 2018년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전국을 일주할 수 있는 총연장 3114km의 자전거 도로망을 만들겠다고 발표해 자전거 이용층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각종 에너지 절약제품도 관심을 끌고 있다. 태양광으로 노트북·휴대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배낭, 태양광을 이용한 캠핑조명, 태양열 조리기구가 이미 판매중이다.
 
친환경 음식용기, 물 절약 레버, 절전형 인버터 에어컨 등 각종 친환경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자연愛 밥상족
 
통계청 '2008 사회조사'에서 사회 안전에 관한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69.0%가 유해식품과 식중독 등 먹거리가 불안하다고 답해 사회 불안요소 1위로 '먹거리'가 꼽혔다.
 
이에 따라 유기농·친환경 제품과 각종 안전 인증을 획득한 프리미엄 식품군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취급 점포수가 2000년에 352개에서 2007년 1650개로 무려 4배가 늘어났다.
 
유기농 제품 뿐 아니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들도 인기를 끌어 유기농 과일즙 추출기, 자동 아이스크림 제조기, 친환경 튀김기, 미니 오븐 등 다양한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 가려운 아이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이 2001년 12명에서 2005년 91.4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토피 뿐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같은 환경성 질환도 매 해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07년에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아토피 전용 화장품,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는 섬유유연제, 아토피 예방기능을 갖춘 스팀 청소기 등이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또 아토피 전문 쇼핑몰도 개설돼 하루 평균 방문자수 3000여명을 기록중이다. 전문가들은 아토피 화장품의 경우 2010년에는 1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계청 강종환 대변인은 "이번에 발표한 '블루슈머 10'은 불황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찾을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블루슈머를 찾아내기 위해 직관에 의지하기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로서 국가통계가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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