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M&A대전)③대형M&A 꿈꾸는 기업들..지각변동 예고

100억달러 이상 메가딜 줄대기중..정부입김·가격협상 등 변수 남아

입력 : 2014-05-12 오전 9:30:02
[뉴스토마토 원수경·윤석진기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인수합병(M&A) 대전'이라고 할만큼 다양한 M&A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주도하는 빅딜이 많아 전세계 산업 지형도의 재편 속도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일본의 산토리가 미국의 위스키업체 빔을 160억달러에 인수하며 빅딜의 부활을 알렸다. 이어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와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TWC) 인수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화이자 등이 각각 대서양 너머에 있는 지멘스와 아스트라제네카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등 글로벌 M&A 대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딜은 아직 가격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고, GE는 프랑스 정부의 입김에 고전하는 등 남아있는 변수도 많다.
 
◇프랑스 국민기업 알스톰, GE 품에 안길까
 
미국의 GE와 독일의 지멘스는 프랑스 대표기업 알스톰 인수전에 나섰다. 지난달 GE가 먼저 알스톰에 135억달러에 에너지 부문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GE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알스톰은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국민기업의 해외매각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 정부의 반대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틈을 타 지멘스가 자사의 고속열차 부문과 알스톰의 발전사업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했다. 차액은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복안도 곁들였다. 알스톰 입장에서는 골칫거리 에너지 사업부를 털어내고 고속열차 TGV 사업에 전념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프랑스 정부도 솔깃할만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일본의 도시바가 뒤늦게 알스톰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보도가 나오며 어느 쪽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게됐다. 지난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GE가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를 인수하면, 그 중 전력망 사업만 GE로부터 되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도시바가 GE의 편에 서면서 M&A 협상을 이어갈 추진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알스톰은 다음달 말까지 운명을 함께할 기업을 최종 선택할 계획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에 연속 퇴짜
 
영국 2위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AZ) 인수를 추진중인 미국의 화이자는 삼연속 퇴짜를 맞으며 속앓이를 하고있다. 인수가격을 99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다시 1065억달러로 높였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AZ는 자사의 수준에 걸맞지 않는 인수가라며 불쾌한 심기를 내비쳤다. 지난 2일 레이프 요한슨 AZ 이사회 의장은 "화이자의 제안은 주주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거부했다"고 말했다.
 
콧대 높은 AZ 이사진의 요구도 부담스러운 마당에 영국 정부도 M&A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국가 수출의 2%를 책임지는 알짜 기업이 미국 업체로 넘어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극성맞은 의원들은 이번 인수건에 공공 이익 검사권을 사용해야 한다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워런버핏, 하인즈케첩 이어 켈로그 공략?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은 먹거리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견고한 재정상태와 전통을 중시하는 버핏이 시리얼 업체인 켈로그를 사들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버핏은 이달초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언제든지 현금이 쌓이면 실탄을 장전할 수 있다"며 대형 M&A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켈로그는 버핏이 좋아할 만한 요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켈로그는 1906년에 설립된 회사로 100년이 넘도록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시리얼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 가치도 높다. 게다가 부채비율이 낮은데 수익창출 잠재력은 높다. 전문가들은 켈로그가 M&A 매물로 나오면 300억달러의 인수가가 매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버핏은 지난 2월 세계 1위 케첩 업체인 하인즈를 230억달러에 3G캐피털과 공동 인수한 바 있다. 하인즈도 켈로그처럼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는 기업으로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美통신가, 잇따른 빅딜로 업계 판도 뒤흔드나
 
미국의 통신업계에서는 3건의 대형 M&A가 체결을 앞두고 있다. 올초 미국 최대의 케이블방송 사업자 컴캐스트가 2위 업체 타임워너케이블을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합병 규모는 450억달러에 이른다. 다만 두 케이블방송 공룡의 합병이 독과점 문제를 낳을 수 있어 당국의 승인이 변수로 남아있다.
 
통신 대기업 AT&T는 위성TV 업체인 디렉트TV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T&T가 통신사업에 방송을 합쳐 새로운 결합상품을 내놓는 등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3위 이동통신 사업자 스프린트는 4위 업체 T모바일 인수를 추진중이다. 인수가 이뤄지면 이동통신사가 사실상 3곳밖에 남지 않아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IT 공룡 기업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접수중
 
실리콘밸리의 거물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왕성한 식욕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IT스타트업 기업부터 드론(무인항공기) 업체까지 인수의 폭도 넓다.
 
페이스북은 올초 모바일 메시징 업체 와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하며 빅딜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가상현실(VR) 기기 업체 오큘러스VR을 2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미래 선도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3년 동안 130여개의 M&A에 180억달러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다. 업계에서 구글을 '딜 머신(deal machine)'이라고 부를 정도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점찍어놨던 드론 제조업체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애플도 최근 프리미엄 헤드폰 제조사이지 음악 스트리밍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애플 역사상 최대규모인 32억달러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기업 33% "내년에 인수합병 추진"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는 중국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회계·컨설팅업체 EY에 따르면 중국 기업 3곳중 1곳은 내년중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18개월전 조사와 비교하면 M&A 계획을 밝힌 기업이 세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중국의 대형 국영 철강업체 바오스틸(寶山鋼鐵)은 호주의 철광 개발업체 아퀼라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에니로부터 모잠비크 천연가스 유전사업 지분을 인수했다.
 
중국의 IT 기업들도 M&A 시장의 큰손이다. 역대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알리바바 역시 지난해 매출액의 15%를 인수합병에 쏟아부으며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으며, 텐센트도 JD.com, CJ게임즈 등의 지분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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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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