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M&A대전)①슈퍼 공룡 탄생..불지펴지는 M&A시장

올 4개월 간 M&A 규모 1조달러 상회..기업 자신감 '부쩍'
美·中·EU 등 M&A 논의 활발..경기 회복 기대감 덕분
M&A 트렌드, 양보단 질.."내년에도 M&A 붐 지속될 것"

입력 : 2014-05-12 오전 9:30:0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연초부터 제약, IT업종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이어지는 등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공룡기업들이 잇달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무턱대고 모르는 시장에 뛰어드는 것 보다 현존하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손쉽게 신시장에 진출하는게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전세계적인 M&A 붐으로 올 들어 현재까지 M&A 거래금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M&A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과 달리 충분한 내실을 갖췄다는 분석이 이어지며 M&A가 글로벌 경제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거세게 요동치고 있는 M&A시장의 현황과 특징, 향후 눈여겨볼만한 M&A이슈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무대로 뛰어들고 있다.
 
경기 둔화와 금융위기, 주가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올 들어 살아나기 시작한 선진국 경제에 힘입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아시아 기업들이 앞다투어 M&A를 체결하면서 딜 금액은 벌써 1조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올 초에 시작된 M&A 붐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M&A 규모 1조달러 넘겨..거시경제·기업 자신감 '호전'
 
전문 분석기관 딜로직의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27일까지 전 세계 인수·합병(M&A) 규모는 1조2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2%나 증가한 수치다.
 
◇2007~2014년까지 연 초 4개월 간
세계 M&A 규모 (자료=딜로직)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7년 당시의 수준을 회복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때는 4개월간 1조4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헬스케어 합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금까지 1640억6000만달러 규모의 M&A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체결됐다. 이는 지난 1995년 이후 최대치다. 
 
통신 부문은 177%, 과학기술 부문은 86% 각각 증가했다. 반면, 기반산업과 에너지 부문의 M&A는 비교적 부진했다.
  
M&A가 늘어난 이유는 대내외적인 요인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기업을 둘러싼 거시 경제 환경이 호전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일등 공신이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떨쳐냈고 유럽은 재정위기를 극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가 연이어 터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 활동과 소비심리가 지난해 연말부터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를 비롯한 서방의 외신들은 금융위기 불안감에 자금을 확보하는 데 급급했던 기업들이 드디어 M&A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연일 보도했다.
 
켄 제이콥스 라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올 들어 M&A가 증가한 이유는 기업의 자신감이 살아났기 때문"이라며 "미국 장기 경제 전망이 호전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경제 환경이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요인은 기업의 재정상태 회복이다. 장기간의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해 외부 기업과 거래할만한 기초 체력을 다진 셈이다.
 
마이클 자우이 M&A 전문가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비용절감과 재정 강화 전략을 단행해 왔다"며 "이제는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해도 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美·中·EU·아시아..M&A 체결 '곳곳'
 
각 지역과 국가별로 기업들의 활동을 들여다봐도 M&A가 얼마나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기업 M&A는 경제 성장 기대감에 30% 증가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된 데다 주가가 랠리를 이어가자 기업 경영진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 중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32%나 올랐다.
 
◇2012~2014년 5월8일까지 S&P500 주가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주가 상승 등의 호재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 국가 간 M&A를 체결하기 시작했다.  
 
소셜 네트워크 업체 페이스북은 지난 2월 초대형 빅딜의 포문을 열었다. 북미와 유럽을 아우르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을 인수키로 한 것이다. 인수가는 190억달러로 책정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M&A 대열에 합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아시아 기업들이 체결한 M&A는 2240억달러에 달했다.
 
WSJ는 중국, 호주, 인도, 홍콩 등 국가들이 부동산, 소매, 헬스케어,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M&A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경제 2위인 중국의 M&A는 80%나 늘었다. 정부의 기업 규제 수위가 낮아지면서 중국 기업 내에 잠재됐던 M&A 욕구가 일제히 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란 파루키 시티뱅크 아시아 투자부문 대표는 "아시아 기업들의 M&A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양대 경제 대국이 M&A 시장에 뛰어들자 유럽도 질세라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침체 불안감에 문밖 출입을 자제하던 유럽 기업인들이 해외 기업들과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장기 침체 위기를 털어내면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성장세를 기반으로 영국이 먼저 치고 나갔다. 영국 제약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의 제약업체 화이자가 추진하고 있는 M&A 규모는 무려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가 맺어지는 것이다.
 
유럽 경기 성장 소식에 역내외 거래가 모두 활기를 띠었다.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은 스페인 통신사 오노를 72억유로에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4월 프랑스 시멘트 기업 라파즈는 스위스 동종 업체 홀심의 주식을 500억달러에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업계 2위인 라파즈와 1위 홀심이 한 식구가 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자제 기업이 탄생한다.
 
정부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도 M&A는 남부럽지 않게 진행 중이다. 최근 4개월 동안 프랑스 기업들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500% 증가한 1263억달러 규모의 M&A를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제조업의 제왕을 가리는 빅딜도 프랑스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는 프랑스 국민기업인 알스톰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피 말리는 인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GE가 제시한 에너지 사업 인수가는 135억달러다.  
 
재정 위기에 허덕이던 아일랜드도 유럽 경기 회복에 힘입어 M&A 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2월 아일랜드계 복제약 업체 엑타비스는 미국의 신약 개발사 포레스트랩을 250억달러에 사들였다.
 
신흥국들도 미 양적완화 축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M&A 체결에는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 간 M&A 가운데 신흥·개도국 기업이 인수자인 경우는 전체의 56.5%로 선진국이 기록한 43.5%를 사상 최초로 넘어섰다. UNCTAD는 신흥국 기업들이 식품과 금융, 숙박업 등 다방면에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M&A 트렌드, 횟수보단 규모..사업 맞교환 방식 '인기'
 
이처럼 M&A는 각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협상 건수는 줄었으나 자금 규모는 커졌다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산업에 온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언스트앤영(EY)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전년 동기보다 M&A 규모는 25% 증가했고 그 횟수는 11% 감소했다. 딜로직도 비슷한 연구 결과는 내놨다. 딜로직은 지난 4월28일까지 M&A 횟수는 전년 동기보다 8% 줄어든 1만248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내용을 참고하면 최근 M&A의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월29일까지 성사되거나 추진 중인 100억달러 이상의 M&A가 17건으로 집계됐고 보도했다. 그 규모는 3554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9년 당시 100억달러 이상의 딜이 13건이었고 액수가 3466억달러에 그쳤던 것과 대조된다. 2012년에는 15건, 2835억달러로 위축되기도 했다.
 
(사진=로이터통신)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 간 M&A가 아닌 사업부 단위로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와 영국 GSK가 진행하고 있는 M&A가 그 좋은 예다. 노바티스는 GSK의 암 치료 사업부문을, GSK는 노바티스의 독감 분야를 제외한 백신 사업부문을 사들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노바티스와 GSK의 사업부문 간 M&A 방식이 향후 다른 M&A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A 붐 내년까지 '지속'.."체결 건수와 규모 모두 늘 것"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M&A 붐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일 머니매니지먼트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경기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기업의 자금 동원력이 향상되면 내년에도 M&A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회사 스탠다드라이프는 미국에 이어 유럽과 아시아, 신흥국의 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며 업종도 미디어와 자동차, 인터넷, 음식료 등에서 금융과 부동산, 소프트웨어, 통신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앤드류 밀리건 스탠다드라이프 투자 수석 전문가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고성장 사업 부문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M&A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요 선진국의 견조한 경제성장 전망과 정책적 자신감이 M&A 시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1분기 M&A 호황이 2분기에도 이어져 약 8000개의 기업간 인수·합병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상반기 전체로는 총 1만5700건의 거래가 성사돼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의 황금기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됐다.  
 
M&A 건수 증가와 더불어 1분기 동안 이어진 전략적 빅딜 방식 또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언스트앤영(EY)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지난 6개월간 10억달러 이상의 딜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에서 고가의 전략적 딜이 내년에도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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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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