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세계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가 영국 2위의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화이자의 M&A 제안은 세금을 깎기 위한 기회주의적 술책이라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13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M&A를 두고 열린 영국 의회 특별청문회에서 화이자의 최고경영자(CEO) 이안 리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합병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합병을 통해서 자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안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왼쪽)와 파스칼 소리어트 아스트라제네카 CEO(사진=로이터통신)
이에대해 파스칼 소리어트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화이자의 제안은 연구개발(R&D)에 차질을 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신약 출시를 늦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합병을 한다면 당분간 세금 문제와 비용절감 방안 등에 집중하느라 신약개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가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합병을 통해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문제는 평판에 흠집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는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드 CEO는 "두 제약업체의 합병은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인수 후에도 영국내 고용과 투자 등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를 두고 화이자를 압박했다.
화이자는 5년간 연구인력 20%의 영국 유지와 신규 R&D센터의 완공 등의 제안을 지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전반적인 일자리와 투자규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밝혔다.
리드 CEO는 "인수합병 후에는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영효율화를 꾀할 것"이라며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인원감축이나 투자축소가 이뤄질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패널들에게 합병후 연구개발비용은 두 회사가 각각 존립할 때보다는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에 대해 영국민주노총(GMB)은 화이자는 5년간 일정수의 고용유지 등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화이자는 과거에도 비아그라가 개발된 잉글랜드 남부지역의 리서치센터의 대부분을 폐쇄하고 1700개의 일자리를 없앤 바 있어 영국 내에서 여론이 좋지 않다.
한편 화이자는 청문회 이후 인수 금액을 늘려 다시 한번 아스트라제네카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이달 초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식과 현금을 통한 106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 제안을 했으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가치에 걸맞지 않은 제안이라며 거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