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日 경제, 소비 날개 달고 '훨훨'..전망은 '흐림'

1~3월 GDP 전분기比 1.5% 성장..예상 상회
日경제, 연율 기준 6분기째 성장..소비세 인상 전 수요 급증
4~6월 경제 기상도 '흐림'.."투자 지속·수출 개선 여부 관건"

입력 : 2014-05-15 오후 3:41:13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1~3월 국내총생산(GDP)이 3년 가까이 만에 최대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미리 물건을 사들이려는 '사재기 수요'가 일본 경제 성장세를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소비세는 지난달 1일 종전의 5%에서 8%로 인상됐다.
 
하지만 일본 경제 성장세가 4월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해외 수요 부진을 지목하며 "수출 회복 여부가 향후 일본 경제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日, 1~3월 GDP 전분기比 1.5% 성장..3년來 최고 증가율
 
15일 일본 내각부는 1~3월 GDP가 전분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4분기의 0.1%와 사전 전망치 1.0% 성장을 모두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난 2011년 6~9월 GDP발표 이후 최고 증가율이기도 하다.
 
◇일본 GDP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연율로 환산한 GDP 성장률도 5.9% 성장해 직전 분기의 0.3%와 예상치 4.2% 증가를 모두 크게 웃돈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일본 GDP는 연율 기준으로 6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지속하게 됐다.
 
특히, 일본 경제의 약 60%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개선세가 뚜렷했다. 민간 소비가 전분기 대비 2.1% 증가해 지난 1997년 1~3월 발표 이후 최고 증가율을 달성한 것이다. 게다가 연율 기준으로는 8.5%나 성장했다.
 
기업 투자는 전분기에 비해 4.9% 개선됐다. 이 역시 지난 2011년 2분기(6~9월)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임은 물론 예상치 2.1% 증가도 뛰어넘는 것이다.
 
다만 대외 수요는 전분기 대비 0.3% 감소해 부진한 수출 흐름을 반영했다.
 
◇소비세 인상 앞두고 수요 급증..기업 투자도 '활발'
 
시장 전문가들은 내수가 일본 경제 성장세를 이끈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예상대로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가 GDP 성장을 이끌었다"며 "특히 내구재 중심의 소비 지출이 강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소비세가 높아지기에 앞서 냉장고와 컴퓨터 등에 대한 지출은 큰 폭으로 확대됐고, 지난 3월까지 자동차 판매는 7개월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활발해졌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작년 엔화 약세 흐름이 두드러졌던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투자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가 올라가기에 앞서 늘어난 수요로 설비투자가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소비세 인상 전 개인 소비가 늘어났다"며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소득도 증가해 경기 선순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GDP 호조의 원인으로 전분기 성장률이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을 꼽기도 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2011년 회계연도 2분기(6~9월)에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기저효과 덕분에 10.8%의 높은 성장세를 달성한 전례가 있다.
 
◇4월 이후 전망은 불투명..BOJ 추가 부양 여부에 '시선집중'
 
1분기 호전에도 일본 경제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소비세 인상 충격이 불가피한데다 외부 수요에 따른 수출 개선 전망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소매업체인 재팬토바코, 패스트리테일링, 파나소닉은 소비세 인상 여파로 소비 지출이 움츠러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해외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작년 일본의 수출액은 엔저 영향으로 전년 대비 9.5% 늘었지만, 수출 물량은 오히려 1.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4월 일본 맥주 품목의 선적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나 급감해 지난 2005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특히,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 지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일본 기업들에게 실적 자신감을 심어줬던 엔저 약발이 1년여 만에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적인 전자업체 소니는 3월 마감한 회계연도에 적자 전환을 면치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가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4~6월) 일본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쿠보 타쿠지 재팬매크로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도 "소비세 인상은 일본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1분기(4~6월) 일본 경제는 전분기 대비 3%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 GDP 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1.5%에서 1.2%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지난 6일 전해졌다.
 
다만 일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올해 추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물가 목표치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 생긴다면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야마모토 야스오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며 "BOJ는 물가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올 여름 혹은 가을 경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외부적인 수요가 4월 이후의 소비 위축 충격을 상쇄하지 못할 경우, BOJ는 더 빨리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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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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