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사람이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할 건가요?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간의 존엄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7년째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발전 없이 찌그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국민의 죽음의 질을 높이는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16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제22차 건강보장정책 세미나에서는 이처럼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환자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중단하고 남은 삶을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성직자 등이 돕는 서비스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지난 2011년 암관리법 개정으로 말기암 완화의료 사업이 명시되는 등 제도적 기반이 있으나 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말기 암 환자 완화의료를 지원하는 의료기관 수는 지난 2011년 43곳에서 2014년 4월 현재 54곳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병상 수도 같은 기간 722개에서 868개로 증가한 수준이다. 지원금은 21억6000만원에서 27억20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이는 지난 2012년 기준 전체 암 사망자 7만3000여명을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이용률도 11.9%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장 과장은 "암은 사망 시점 예측이 가능해 임종을 준비할 수 있는 질환인데 환자와 가족은 완화 의료와 같은 과정 없이 항암 치료 등으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고통을 감내한다"라며 "미국에선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한 경우와 하지 않았을 때 사망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76%에 달하는 반면, 다른 암 치료 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32%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영호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는 "이런 문제는 인프라, 수가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기 때문에 국회나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캐나다에서는 완화 의료를 캐나다인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죽음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복례 경북대 간호대학장도 "계속 병원에 누워서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쇼핑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해 죽음을 준비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서울대병원 진료비 자료를 보면 사망 1개월 전 월 진료비가 사망 6개월 전의 7배에 달한다"며 "재가 서비스를 완화의료에 확대한다면 가족이나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활성화하는 것은 삶의 질의 문제인데 누구 하나 이 부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공단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깊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최한 제22차 건강보장정책 세미나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