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주기자] 지난 15일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창립15주년행사'는 전임 최고경영자였던 이승한 회장의 독무대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의 40분이 이 회장의 강연으로 채워졌다.
이 회장은 14년간 홈플러스를 이끌다 1년 전 후배인 도성환 사장에게 전권을 넘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날 행사로만 보면 회사는 아직까지 홈플러스를 10년만에 꼴찌에서 2위로 끌어올린 '신화'의 주인공, 이 회장을 떠받드는 모습이다.
취재진이나 외부인이 없었던 비공식행사였기 때문에 특별한 연출 없이 회사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은 도 사장이 정확히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 사장은 1주년 소회도 없이 불과 3분의 상투적인 인사말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날 행사는 무엇보다 도 사장에게 중요했다. 230여명의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1년 중 유일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도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지난 1년 성과와 당부의 말,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확인시켜 14년간 장기집권한 이승한 회장의 색채를 지우고 이제는 자신의 시대가 열렸다는 결연한 의지를 확인 시킬 좋은 기회였다.
이것이 변화를 위해 도 사장을 새로 선임한 영국 테스코 본사가 바라는 바 이기도 할 것이다. 임직원들에게도 역시 도 사장의 의중을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 같은 '알맹이' 소통은 모두 이 회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회장은 과거 홈플러스가 삼성물산에서 테스코로 넘겨져 암담한 상황에 있을 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던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임직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더 나아가 현직 CEO가 주도해야할 미래 홈플러스의 생존전략에 대해서도 이 회장이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도 사장에게 무게 중심이 쏠려야 할 행사에서 이 회장이 핵심 역할을 하며 조직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게 됐다.
이 회장이 최고결정권자인 도 사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직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도 사장은 조직장악력 등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내외부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게 됐다.
이승한 회장의 숨은 영향력이 어디까지인지, 또 도 사장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