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와 한나라당이 연일 대기업들에게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사정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대기업의 투자를 촉구했다.
윤 장관은 "정부가 규제합리화를 통한 환경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기업이 지난해보다 투자를 확대한다면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추가로 지원하고 서비스업에까지 임투세액 공제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기업의 투자확대를 호소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장과 만나 재계의 투자와 일자리 확대 등을 촉구하고, 주요 재벌 총수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투자확대를 지속 요청할 것으로 예정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5일 출총제 폐지 등 대기업의 요구사항이 왠만큼 관철됐음을 상기시키며 "대기업들이 금고문을 활짝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금고를 열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계의 입장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전국의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여부와 규모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투자할 계획이 있으며 그 규모는 87조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89조원에 비해 2조원, 2.5%가 줄어든 것이다. 그렇지만 재계는 이 정도 투자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상무)은 기업이 왜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올해 87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금융위기 속에서 이 정도도 적은 돈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투자를 늘리라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기업을 위해 규제를 개선했으니 기업이 화답할 차례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여전히 자금흐름이 좋지 않다고 펄쩍 뛰었다.
배 본부장은 "돈이 많이 풀렸으면 뭐하냐. 자금 흐름이 좋지 않아 기업은 여전히 어렵다"며 "그런데도 계속 투자하라고만 하면 어떻하냐. 자금 흐름이 원활하도록 정부가 더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기급락 상황에서 민간소비도 개선도 어렵고 수출도 줄어들고 있으니 기업이 어렵더라도 투자를 좀 늘려달라는 것이 정부의 의도일 것"이라며 "지켜봐 달라"고 오히려 정부를 달랬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강제할 수단이 없는 정부로선 기업에 호소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며 "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