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미국 국채 금리가 올 초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나흘만에 소폭 반등에 나섰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한 주동안 0.1%포인트(10bp) 넘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장중 한때 2.5% 밑으로 떨어져 작년 10월 말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 곡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올 초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상반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 국채 금리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저물가를 꼽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채 수익률의 상승 여력도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브라이언 레링 웰스파고 스트래지스트는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최대 위협요인이 되지만, 당분간은 물가 상승을 둘러싼 우려는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저금리 정책 강화 전망에도 힘을 싣고 있다. 존 크레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투자자문 서비스 애널리스트는 "낮은 물가는 저금리와 강한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4차 테이퍼링을 발표한 바 있지만 금리 인상이 언제 이뤄질 지와 관련, 정해진 시간표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채권왕' 빌 그로스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대해 '뉴 뉴트럴(new neutral)'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뉴 뉴트럴은 느린 경제회복을 뜻하는 '뉴 노멀'보다도 더 비관적인 경제 진단으로,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뒷받침된다.
토니 크레센지 핌코 스트래지스트도 "연준은 조기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중순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그 수준은 2%까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금리 기조 전망은 미국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던 유럽 지역에도 해당된다.
앞서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은 "2016년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아진다면 유럽중앙은행(ECB) 경기 부양책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통화완화책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마크 루스치니 제니캐피탈 스트래지스트는 "채권 투자자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금리라는 가시밭길을 걷지 않을 것으로 결론 내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채 금리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월가 전문가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웰스파고 투자자문은 최근 올 연말 10년물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종전의 3.5%에서 3.25%로 낮췄다. 이 역시 현재 수준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수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로 미 국채에 집중된 중국 외환보유액이 4조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올 3월 말 외환보유액은 3조9500억달러로 3년 만에 1조달러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