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현민기자]조세피난처(Tax Haven) 국가들이 탈세의 온상으로 비쳐지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는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지난 1934년 나치가 요구한 유대인 재산 공개에 맞서 영세중립국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고객 비밀주의를 채택하는 등 그 동안 세계 부호들의 재산 은닉처로서 영예를 누려왔지만 조여오는 규제 방안 기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위스의 금융서비스 산업이 국가 경제(GDP)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2.5%에 달한다. 미 검찰의 탈세 미국인 계좌 공개에 맞서고 있는 UBS의 추가 5만 2000명의 고객 자료 공개에 대해 스위스 법원은 공개 불가 방침을 이미 천명했지만 워낙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美 오바마 행정부의 탈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 따른 개혁 의지 앞에 스위스는 다소 완화된 입장을 개진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지난 8일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재무장관은 브뤼셀에 모여 이 같은 조세피난처 국가에 대한 규제 강화로 블랙리스트에 올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방안을 천명했다. G20 회담의 실무적 성격인 13~14일 이틀간 런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도 조세피난처 국가에 대한 제제 방침에 대해 완화된 규제안 도출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들 3국은 은행비밀주의가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본질적 원인이 아님을 강변하고 은행 비밀주의 철폐가 금융 위기 극복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G20 회원국에 설득할 계획이지만 규제 강화 움직임과 탈세로 인한 국부 손실에 대한 공감대가 회원국 다수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실질적인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美 오바마 대통령은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BoA, Citi, 모건스탠리, AIG 등 유수의 금융기관 역시 계열사로 조세피난처를 배경으로 한 영업 행태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음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조세피난처 국가에 대한 美 상원의 규제법안 마련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상태이다. 美 국세청(IRS) 역시 한 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탈세를 보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안은 G20 회담을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스위스 비밀 금고에 예치된 탈세 자금들이 새로운 은닉처를 향한 행렬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