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포괄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5일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개최되는 제5회 미주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중남미 관계에 관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으며, 이를 위해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회의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향후 미국 정부의 중남미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미주정상회의가 반미(反美) 성토장이 될 것을 우려해 참석을 주저했으나 현재는 참석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주정상회의는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로 상징되는 미국-쿠바 관계 개선, 베네수엘라 및 볼리비아 등 남미 좌파정권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에서 큰 줄기가 잡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신문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룰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 노력을 구체화할 경우 궁극적으로 미국-중남미 관계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룰라 대통령은 직접적인 중재 역할을 거부한 채 미주정상회의에 쿠바를 참석시켜 자연스럽게 미국과 쿠바 간의 접촉을 유도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그동안 "브라질은 베네수엘라를 제치고 중남미 지역에서 쿠바의 최대 협력국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쿠바 관계 개선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대화를 가질 경우 쿠바에 대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룰라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남미 좌파정권의 관계 정상화 문제도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이 전날 룰라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정상회의에서 미국-베네수엘라 갈등에 관해 협의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바마-룰라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의제의 폭이 더욱 넓어진 상태다.
미국-베네수엘라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여건이 마련될 경우 볼리비아 등 다른 좌파정권과 미국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속에 포함된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중남미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중남미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정부의 경제지원 확대 필요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오는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뉴욕에서 열리는 바이오 에너지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워싱턴으로 향할 예정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