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일본항공사가 국내외 항공사들과 일본발 국내행 항공화물운송노선 운임에 대해 담합한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본항공사에게 과징금을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외국에서 이뤄진 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가 우리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 가드라인을 제시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 주식회사(全日本空輸 株式會社)가 "담합행위 금지 및 과징금 3억20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은 일본발 국내행 항공화물운송과 관련해 국내시장이 존재하는지와 일본 항공사 등의 합의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이었으나 대법원은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외에서 이뤄진 부당 공동행위라도 그 영향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고, 국외에서 이뤄진 합의의 대상에 국내시장이 포함되어 있다면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일본에서 이뤄진 일본발 국내행 항공화물운송노선의 유류할등료 담합 역시 국내시장이 포함되어 있어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일본발 국내행 항공화물운송은 출발지인 일본으로부터 도착지인 국내에 이르기까지 제공되는 일련의 역무의 총합"이라며 "도착지인 국내에서도 화물의 하역이나 추적 등 역무의 일부가 이뤄지는 점 등에 비춰 일본발 국내행 항공화물운송에 관해 운임 지급방식이 도착지불이건, 출발지지불이건 국내시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가 외국법률에 의해 허용되더라도 우리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고, 예외적으로 외국법률과의 충돌로 사업자가 적법한 행위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제한되지만 이 사건은 원고가 일본국 법률과 국내 법률을 동시에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본국 항공법 110조가 국토교통성의 인가를 받은 운임협정 등에 대해 일본국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으나,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그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며 "일본국 법률과 국내 법률 자체가 서로 충돌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담합이 유류할증료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그로 인해 전체 운임에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준 이상 과징금은 유류할증료가 아닌 총운임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해야 하고, 담합으로 인한 국내시장에 대한 영향이 도착지불 거래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일본발 국내행 항공노선의 총 매출액을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전일본공수는 2002년 9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인터내셔널, 일본화물항공 등 4개 국제항공화물 운송사업자들과 담합해 일본발 한국행 항공화물 운송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9차례에 걸쳐 유류할증료를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전일본공수 등의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하고 유류할증료 도입 금지와 함께 과징금 3억29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전일본공수는 "유류할증료 도입은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고 한국 공정거래법의 적용 또한 받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으나 원심에서 패소하자 상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일본화물항공사 등 7개사가 같은 취지로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판결했다.
다만, 이들 회사에 항공사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관련매출액 산정에서 외국 항공사의 자국통화를 환산한 것은 과징금 산정시 원화로 환율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같이 담합한 국내 항공사에 비해 과징금이 부당하게 높게 부과된다는 점을 인정해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