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한 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옷을 벗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인적쇄신의 첫 대상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금껏 대통령의 굳건한 신뢰 속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지탄과 지속적인 사퇴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으나,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첫 인적 교체 대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남재준 전 원장은 최근 1년간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남 전 원장은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질 당시,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들을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며 적극 비호했다.
검찰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는 것은 물론, 국정조사에서도 '모르쇠'나 '변명'으로 일관했다. 또 '국정원 댓글녀'로 대표되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직원들에 대한 징계나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아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여야가 한창 공방을 벌이던 당시,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여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커지는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역공을 펴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국정원은 전문이 아닌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추후 전문 공개 이후 이 요약본 내용 중 상당수가 실제 내용과 달랐던 것이 밝혀졌다.
국정원은 '직원의 실수'라고 밝혔지만 '악의적인 왜곡'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국정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성명서를 내고 'NLL 포기 발언이 맞다'고 노골적으로 정치공방에 '선수'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정원의 '일탈'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에선 '군사정권 이후 다시 국정원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며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News1
남 전 원장은 이후 '탈북 화교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14일 중국 정부가 법원에 보낸 문서를 통해, 국정원이 유 씨의 '간첩 증거'라고 제출한 중국 문서들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히며, 간첩 조작 파문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됐다.
그러나 국정원은 중국 측의 공식적인 답변에도 불구하고 초반 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그 이전에도 언론들의 무리한 수사 지적, 증거 조작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하게 부정한 바 있다.
결국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 발표 후인 지난달 15일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과했다. 남 전 원장도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퇴는 하지 않았다. 이후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남 전 원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며 그의 사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남 전 원장은 이렇듯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며 야당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며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내친 것은 남 전 원장이었다.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News1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 전 원장과는 달리 그동안 야당의 직접적인 공세를 거의 마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반복하며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7일 후인 지난달 23일 이같이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지난 1일에도 이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3일 성명을 통해 김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 없는 변명"이라며 "무책임한 안보실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김 전 실장은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와중에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당초 '책임론'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사과한 후 김 전 실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