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디플레이션 탈출을 고심하던 일본 정부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물가 상승은 가시화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이 보조를 맞추지 못해 아베노믹스가 반쪽의 성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와타 키쿠오(
사진)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전일 도쿄의 한 연설에서 "일본 경제는 낮은 실질 성장률과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정부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규제 개혁을 포함한 정책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BOJ는 정부가 성장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BOJ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물가 인상이라는 목적은 달성하고 있지만 실물 경제로의 파급력은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책임론을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니시오카 준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와타 부총재의 발언은 BOJ가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정부가 디플레이션 종식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일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BOJ는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OJ 관계자들이 연이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반해 실질 임금은 제자리 걸음을 해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점도 반영하고 있다. 소비가 부진할 경우 안정적인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키치가와 마사유키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정부가 경제 성장에 더 집중하지 않을 경우 물가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높아질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1.3%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적·질적 완화에 나선 작년 4월의 마이너스(-) 0.4%에서 대폭 개선됐다.
1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5.9%에 달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였지만 소비세 인상을 앞둔 선수요가 반영됐던 결과로 해석됐다. 전문가들은 2분기의 성장률이3.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와 노동 유연성 강화, 교역 환경 개선 등 보다 과감한 경제 개혁 정책이 나타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6월 공개되는 경제 구조개혁 정책에 이 같은 내용들이 포함되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폴 쉬어드 스탠다드앤드푸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은 지금껏 모두 실망스러웠다"며 "장기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구 통계학적 관점에서의 새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니시오카 이코노미스트 역시 "30% 이하의 법인세 등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강도의 로드맵을 원한다"며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의 법인세율은 36%로 주요 7개국(G7)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